버킨백 원가는 단 200만원, 판매가는 5천만원
틱톡서 폭발적 확산, 수백만 조회수 기록
미중 무역갈등 속 의도된 여론전 가능성도

“5천만원 버킨백의 90%는 에르메스 로고 값에 불과합니다.” 중국 공장에서 촬영된 한 영상 속 작업자의 말이 글로벌 명품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세계 최고급 브랜드로 꼽히는 에르메스, 나이키, 룰루레몬 등의 제품 원가를 폭로하는 영상들이 중국에서 쏟아져 나오면서 소비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최근 중국계 동영상 공유플랫폼 틱톡과 미국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는 유명 명품 브랜드의 제조 원가를 공개하는 영상들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 영상은 별다른 진위 확인 없이 순식간에 퍼지면서 일부는 수백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엄청난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명품의 실체 폭로, 그리고 충격적 마진율

지난 13일 엑스에 공개된 영상은 초고가 명품으로 알려진 에르메스 버킨백의 원가가 단 1천395달러(약 200만원)인데 비해, 실제 판매가는 3만8천달러(약 5천400만원)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영상은 무려 780만 건의 조회수를 달성했다.

영상 속 중국 공장 관계자는 영어로 가방 제작에 필요한 가죽과 여러 부자재의 원가를 하나하나 상세히 설명하면서 “버킨백 가격의 90%는 실제 제품 가치가 아닌 에르메스 로고를 위해 지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틱톡 인플루언서는 미국에서 100달러(약 14만원) 이상에 판매되는 룰루레몬 요가 레깅스가 사실 중국 공장에서 5-6달러(약 7천-8천원)에 제작된다고 폭로했다. 그는 “자재와 장인 정신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룰루레몬 측은 “중국 본토에서 생산되는 완제품은 3%에 불과하다”며 “정품 레깅스는 룰루레몬 매장과 공식 웹사이트 등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고 해명에 나섰다.

단순 폭로인가, 의도된 여론전인가?

중국 공장에서 촬영된 이 영상들은 단순한 폭로를 넘어 다양한 의도가 숨어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영상들이 세계 두 번째 경제 대국인 중국에서 소비재 대부분이 어떻게 생산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 주목할 점은 이 영상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145%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추가 부과하면서 미중 무역 긴장이 고조된 시점에 일제히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에 대한 비판 여론을 미국 내부에서 자극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과 주미 중국대사관들도 미국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잇따라 올리면서, 중국 민관이 합동으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직접 우리에게 연락해서 믿지 못할 가격에 이 제품들을 구매하라.” 많은 계정이 웹사이트 주소와 연락처를 함께 공개하며 이렇게 홍보하고 있어, 단순 폭로가 아닌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