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스바겐 그룹이 중국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해 뼛속까지 파격적인 가격표를 단 신형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꺼내 들었다.
올해 하반기 10만 위안, 우리 돈으로 약 1,900만 원 이하의 가격표를 달고 출시될 예정인 ‘제타 X’가 그 주인공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최대 격전지인 중국에서 한국의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동급 라인업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파괴적인 가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스코다 빈자리 채우는 1천만 원대 SUV
이번에 공개된 제타 X는 철저하게 실용성과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다.

중국 현지에서 개발된 소형 전용 플랫폼(CMP)을 뼈대로 삼았으며 폭스바겐과 중국 제일기차(FAW)의 합작사를 통해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다.
과거 폭스바겐 그룹 내에서 가성비를 담당하던 스코다 브랜드가 현지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으면서 그 빈자리를 제타 브랜드가 온전히 이어받게 됐다.
차량의 외관 역시 화려한 장식보다는 단단하고 직선적인 실루엣을 챙겨 오프로더의 담백한 맛을 냈다.
흥미로운 점은 가격을 극한으로 낮췄음에도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첨단 사양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지 전기차 업체 샤오펑과 협력해 개발한 최신 전자 아키텍처를 얹어 레벨 2 이상의 반자율주행 보조 시스템과 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 콕핏을 탑재할 것으로 전해진다.
기아 EV5와 900만 원 차이 벌어진 셈법
가장 뼈아픈 대목은 현지 시장에서 치열한 점유율 방어전을 펼치고 있는 한국차 브랜드와의 직접적인 가격 경쟁력 차이다.
준중형 체급의 전동화 모델인 제타 X가 예고대로 10만 위안 밑으로 투입된다면 현대차와 기아의 전략형 SUV 라인업과 팽팽한 밥그릇 싸움이 불가피하다.
가격적인 측면에서 폭스바겐 제타 X의 10만 위안은 기아 EV5와 현대 무파사의 진입 장벽을 크게 밑돈다.

기아가 현지에서 주력으로 밀고 있는 순수 전기 준중형 SUV EV5의 기본 가격은 14만 9,800위안으로 우리 돈 약 2,800만 원 수준이다. 폭스바겐의 신형 SUV와 기아 전기차의 가격 차이가 무려 900만 원에 달하는 셈이다.
현대차가 현지 전략형으로 판매 중인 내연기관 준중형 SUV 무파사 역시 12만 1,800위안, 약 2,300만 원에 팔리고 있어 초기 구매 비용 면에서는 폭스바겐의 신차에 크게 밀리는 형국이다.
심지어 중국 현지 전기차 절대 강자인 비야디(BYD)의 동급 모델 위안 플러스가 약 11만 5,800위안에 판매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수입 브랜드인 폭스바겐이 얼마나 독하게 마진을 깎아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염가형 한계와 좁아진 한국차의 입지
물론 가격이 전부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제타 브랜드 자체가 중국 내에서 저가 염가형으로 굳어지는 만큼, 내장 소재의 고급감이나 브랜드가 주는 신뢰감 측면에서는 확고한 엠블럼을 단 기아 EV5가 절대적인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실내 거주성을 좌우하는 전장 4.6미터급의 넉넉한 차체 크기와 64.2kWh의 안정적인 대용량 배터리 시스템 등 기본 제원 측면에서도 900만 원의 가격 차이만큼 한국차가 우월한 구석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입 브랜드의 그늘 아래서 현지 토종 업체보다 저렴한 신차를 찍어내는 폭스바겐의 셈법은 현대차와 기아에 적잖은 위기감을 안겨준다.
가성비가 생존의 유일한 해답으로 굳어지는 현지 시장 상황에서, 성능과 쾌적함의 우위를 현지 소비자에게 얼마나 선명하게 설득할 수 있느냐가 향후 점유율 수성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