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산 프리미엄 자동차의 자존심으로 불리던 제네시스의 내수 판매 전선에 뚜렷한 경고등이 켜졌다.
월평균 1만 대를 가볍게 넘기던 판매량이 넉 달 연속 무너지면서 브랜드 출범 이후 가장 뼈아픈 시기를 지나고 있다. 반면 기아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 쏘렌토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며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모습이다.
무너진 1만 대 방어선
제네시스의 최근 성적표는 뚜렷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집계된 국내 누적 판매량은 9만 7,200여 대로 한 해 전 같은 기간보다 11.7% 뒷걸음질 쳤다.
간판급 모델들의 부진이 전체적인 낙폭을 키웠다. 넉넉한 공간으로 인기가 높은 GV80은 2만 6,700여 대가 팔리는 데 그치며 20% 가까운 판매량 급감을 겪었다. 대표 세단 모델인 G80 역시 12% 줄어든 3만 4,100여 대 수준에 머물렀다.

가장 치명적인 대목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월 1만 대 판매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하반기 들어 넉 달 연속으로 1만 대의 벽을 넘지 못했는데, 이는 제네시스가 독자적인 프리미엄 브랜드로 출범한 이후 처음 겪는 낯선 부진이다.
유지비 127만 원 차이의 나비효과
제네시스가 고전하는 사이 내수 시장의 주도권은 기아 쏘렌토가 거머쥐었다. 쏘렌토는 올해 1분기에만 2만 6,900대 이상 팔려나가며 당당히 베스트셀링 1위 자리를 꿰찼다.
이러한 희비를 가른 결정적 요인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유무에서 찾을 수 있다.
쏘렌토 판매량의 상당 부분은 복합연비 리터당 13.8km를 자랑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에 집중되어 있다. 고유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솔린 대신 전동화 모델을 찾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유지비 차이를 계산해보면 소비자들이 왜 발길을 돌렸는지 윤곽이 잡힌다.
연간 1만 5,000km를 주행하고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1,700원으로 가정할 때, 복합연비 8.5km 수준인 GV80 2.5 가솔린 사륜구동 모델의 연간 유류비는 약 300만 원에 달한다. 반면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동일 조건에서 약 184만 원이면 충분하다.
7천만 원을 훌쩍 넘는 차량 구매 가격표에 더해 매년 120만 원 이상의 기름값 격차까지 누적되자, 장기적인 유지비 부담을 덜어내려는 소비자들이 쏘렌토 하이브리드 쪽으로 계약서를 돌리고 있는 셈이다.
구원투수는 내년에나 등판
실적 하락의 원인이 하이브리드 라인업의 부재로 명확해지면서 제네시스 내부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경쟁사들이 고효율 파워트레인으로 내수 시장을 잠식하는 동안 순수 내연기관 모델과 고가의 전기차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뚜렷한 상황이다.

제네시스는 주력 차종인 G80과 GV80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년 중으로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GV80 하이브리드 모델이 본격적으로 출시될 경우 복합연비가 리터당 13.5km 안팎까지 획기적으로 개선돼 기존 가솔린 모델의 단점을 대부분 상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신차 투입 시기가 늦어질수록 이미 시장을 선점한 하이브리드 경쟁 모델들의 장벽은 더욱 굳건해지게 된다.
비싼 유류비에 지친 대기 수요자들이 제네시스 하이브리드가 전시장에 깔릴 때까지 지갑을 닫고 기다려줄 것인지가 향후 브랜드 명성 회복을 결정지을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