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출생아 8.7% 급증
혼인 건수도 13개월 연속 상승
전문가들은 “여전히 신중론” 제기

“정말 놀랍다. 이렇게 늘 줄은 몰랐다.”
세계 최저 출산율로 인구 절벽을 걱정하던 한국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4월 출생아 수가 34년 만에 가장 큰 증가율을 보이며 저출생 터널 끝에서 희미한 빛을 발견한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 25일 공개한 ‘2025년 4월 인구동향’ 자료에 따르면, 4월 신생아는 2만 717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58명 늘었다. 증가율로 따지면 8.7%에 달한다. 1991년 이후 34년간 4월 기준으로는 최대 상승폭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증가세가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출생아 수는 작년 7월부터 무려 10개월 동안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제주도를 빼고는 전국 모든 시·도에서 신생아가 늘어났다.
에코붐 세대 혼인 증가가 핵심 동력

이번 출생아 증가의 배경에는 ‘에코붐 세대’의 역할이 크다. 1991년부터 1996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이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면서 혼인 건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4월 혼인 건수는 1만 8921건으로 전년 대비 884건(4.9%) 증가했다. 같은 달 기준으로는 2019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혼인 증가세는 이미 13개월째 이어지고 있어 출산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30대 초반 출산 연령대 인구가 늘어나고 혼인 증가 추세가 지속되는 영향”이라며 “결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정부 저출생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4월 합계출산율은 0.79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0.06명 상승했다. 미미해 보이지만 지속적인 하락세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 “낙관은 아직 이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성급한 낙관론을 경계하고 있다.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고, 근본적인 구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주형환 부위원장은 “올해 합계출산율이 0.8명을 넘어설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2030년 1명대 진입을 위해서는 매년 5% 이상 출생아가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증가가 코로나19로 미뤄졌던 결혼과 출산의 회복 효과일 수 있다고 본다. 2023년 극도로 낮아진 출산율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분석이다.
정책 효과 극대화할 ‘골든타임’

지난 15년간 정부는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280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2024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에 그쳤다. 같은 해 실시된 인식조사에서는 국민 10명 중 4명이 저출생 정책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다고 답했으며,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는 오히려 반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전문가들은 지금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결정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한다. 최근 출산 증가세가 관찰되기 시작한 만큼, 이를 지속 가능한 흐름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현금 지원이나 일회성 대책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좋은 일자리의 부족, 수도권 인구 집중, 육아와 일의 병행에 따르는 어려움 등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종합적이고 실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4년 만의 출생아 증가율 기록이 일시적 반등에 그칠지, 아니면 인구 절벽 극복을 향한 실질적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