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가로 떨어진 폭탄 8발 “군 당국 설명에 따르면”…그날 전투기 안에서 무슨 일이?

8킬로미터 벗어난 곳에 실전 폭탄 떨어져
“폭탄 좌표 여러 차례 확인할 기회 놓쳐”
인명 15명 부상, 성당·주택 등 8개 건물 파손
Fighter jet misfire in Pocheon
포천 민가 오폭 사고 / 출처-연합뉴스

“이런 실수가 전시였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지난 6일 오전 10시 5분경,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에서 한국 공군 KF-16 전투기가 투하한 폭탄이 민가에 떨어졌다. 국내 최초로 실전 폭탄이 민간 거주 지역에 직접 떨어져 15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고다.

군 당국은 이 사고의 원인을 ‘조종사의 좌표입력 실수’로 지목했다. 하지만 단순 실수가 아니라 이후 세 차례나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발견하지 못한 안일한 훈련 태도가 초유의 인명 피해로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한 번의 실수로 15명의 부상자 발생

Fighter jet misfire in Pocheon (2)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 / 출처-연합뉴스

군 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이날 한미 연합합동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에 참가한 한국 공군의 KF-16 2대가 MK-82 폭탄을 각 4발씩 총 8발을 비정상적으로 투하했다.

1번기 조종사가 폭탄 투하 좌표를 잘못 입력한 것이 사고의 시작이었다. 그 결과 폭탄 4발이 계획된 표적에서 8km나 벗어난 민가에 떨어졌다.

2번기 조종사는 올바른 좌표를 알고 있었지만, ‘동시발사 전술훈련’이라는 이유로 1번기를 따라 역시 민가에 폭탄을 투하했다.

Fighter jet misfire in Pocheon (3)
포천 민가 오폭 사고 / 출처-연합뉴스

공군에 따르면 조종사들은 △전투기 탑승 후 좌표가 입력된 저장장치를 전투기에 연동할 때 △비행 중 △좌표 지점 도착 후 맨눈으로 표적 확인 등 총 세 차례의 확인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1번기 조종사는 이 모든 검증 과정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당시 두 전투기는 약 1.2km 상공에서 시속 833km로 비행 중이었으며, 폭탄이 떨어진 곳은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약 30km 떨어진 지점이었다. 하마터면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의 계기가 될 수도 있었던 심각한 상황이었다.

사상 초유의 피해 규모… “폭발음에 집이 흔들렸다”

Fighter jet misfire in Pocheon (4)
포천 민가 오폭 사고 피해 현장 / 출처-연합뉴스

이번 오폭 사고로 인한 피해는 과거 어떤 전투기 관련 사고보다 심각했다. 총 1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2명은 중상을 입었고 13명은 경상을 입었다. 부상자 10명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건물 피해도 광범위하게 발생했다. 성당 1동, 주택 5동, 창고 1동, 비닐하우스 1동 등 총 8개 건물이 파손됐고, 포터 차량 1대와 유리창 파손, 벽 붕괴 등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폭발 당시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지반이 흔들렸으며,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전했다. 이에 소방당국은 즉시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70여 명을 현장에 출동시켰으며, 포천시는 재난상황대책본부를 가동했다.

과거의 교훈은 무시됐나

Fighter jet misfire in Pocheon (5)
포천 민가 오폭 사고 피해 현장 / 출처-연합뉴스

이번 사고는 국내에서 발생한 역대 전투기 오폭 사고 중 가장 심각한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2004년 6월 충남 보령시에서 F-5B 전투기가 연습용 폭탄을 잘못된 위치에 투하한 사고가 있었지만, 폭발하지 않는 연습용 폭탄이었기에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2005년 7월에도 전북의 농가에 F-16 전투기가 20kg 무게의 모의 연습탄 2발을 잘못 투하한 사례가 있었으나, 이 역시 연습용 폭탄이었기에 농가 비닐하우스만 파손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실제 폭탄을 사용했고, 최초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과거 사례들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Fighter jet misfire in Pocheon (6)
포천 민가 오폭 사고 피해 현장 / 출처-연합뉴스

이는 군 당국이 과거 사고들에서 제대로 된 교훈을 얻지 못했거나, 안전 절차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군 당국은 조종사들에 대한 사고 조사를 진행 중이며, 음주나 건강 상태 등에 대해서도 추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종사 한 명이 오롯이 책임지는 현행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특히 민가에 실전 폭탄이 떨어진 이번 초유의 사태는 단순한 인적 실수를 넘어 군의 훈련 체계와 안전 관리 전반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Fighter jet misfire in Pocheon (7)
포천 민가 오폭 사고 / 출처-연합뉴스

한편 피해 주민들은 정부와 군이 신속하고 충분한 보상과 함께, 이러한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Copyright ⓒ 더위드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