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270만 대 돌파
안전 계승한 스마트 SUV
전기차 부진 속 한줄기 희망

“볼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더 이상 240이 아니다.”
주인공은 XC60, 볼보의 중형 SUV가 브랜드 역사상 최다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스웨덴의 상징과 같던 240 시리즈를 넘은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한 것이다.
볼보자동차는 17일(현지 시간) XC60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이 270만 대를 돌파하며, 240 시리즈의 268만 5,171대를 공식적으로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8년 처음 출시된 이후 17년 만의 성과다.
전설을 넘어, 시대를 대표하는 모델로

XC60은 출시 이후 볼보의 핵심 전략 모델로 성장해왔다. 2017년 출시된 2세대 모델은 디자인과 기술력 모두 호평받으며, ‘2018 세계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2024년 한 해 동안만 23만 대 이상이 판매되며 연간 최다 판매 기록도 경신했다.
수잔 헤글룬드 볼보 글로벌 오퍼 총괄은 “1980년대 스웨덴에서는 집집마다 240을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자리를 XC60이 대신하고 있다”며 “브랜드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XC60은 단순한 판매량을 넘어, 볼보의 정체성을 계승한 모델로도 평가된다. 세계 최초로 긴급 제동 시스템을 장착했던 XC60은 이후 차선 이탈 방지, 자동 충돌 회피 등 첨단 안전 기술을 지속적으로 도입했다.
그 결과, ‘스마트 패밀리카’라는 타이틀과 함께 브랜드의 기술 진보를 상징하는 대표 SUV로 자리잡았다.
흔들리는 전동화 전략 속 ‘믿을맨’

하지만 XC60의 호조와는 별개로, 볼보자동차의 전체 실적은 흔들리고 있었다. 같은 날 공개된 2025년 2분기 실적에 따르면, 전기차 관련 손상차손과 구조조정 비용 등으로 인해 무려 1조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미국의 고율 관세와 전기차 수요 둔화, 소비심리 위축이 겹친 결과로,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 감소했고, 전동화 차량 비중은 44%, 완전 전기차는 21%로 각각 하락했다.
볼보는 이에 대응해 180억 크로나 규모의 비용 절감 계획을 실행 중이며, 이미 천여 명이 회사를 떠난 상태다. 여기에 간접비 축소, 투자 속도 조절, 재고 최적화 등의 조치도 병행되고 있다.
호칸 사무엘손 CEO는 “2분기 상황은 어려웠지만, 구조조정의 효과가 점차 나타나고 있다”며 “하반기부터는 회복 흐름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XC60에서 시작된 미래 전략

볼보는 XC60의 성공을 기반으로 전동화 전략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2026년에는 전기 SUV EX60을 출시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XC70은 올해 3분기부터 중국에서 생산에 들어간다.
EX30은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벨기에에서 조립되며, 프리미엄 전기 SUV EX90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는 XC60 하이브리드가 현지 생산 중이다.
볼보는 2030년이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부분의 개발 자원을 전동화에 집중하고 있다.

XC60은 과거의 전설을 넘어선 현재의 중심이자, 미래를 향한 교두보다. 지금 볼보가 기대는 것도, 앞으로를 설계하는 것도 결국 XC60이다.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이 모델이 써 내려갈 다음 이정표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