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4천도 수입차 오너”…’미친 가성비’에 너도나도 계약, 국산차 ‘대위기’

테슬라·BYD 질주에 수입차 판도 흔들
국산차, 대응 전략 마련 시급
유럽 브랜드 부진…전기차 시장 주도권 재편

전통적으로 유럽 브랜드가 주도해온 국내 수입차 시장이 미국과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부상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테슬라는 국산 전기차와 맞먹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BYD까지 본격적으로 시장 확장에 나서면서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테슬라 앞세운 미국 브랜드의 약진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1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미국 브랜드 수입차는 총 4만814대가 판매돼 전체(19만2514대)의 21.2%를 차지했으며, 연간 점유율로는 처음으로 20% 돌파가 확실시된다.

이 같은 성장의 중심에는 테슬라가 있다. 모델 Y의 부분 변경 모델 출시로 8월까지 3만4543대가 팔리며 전년 동기 대비 55.1% 급증했고, 8월 한 달간은 6683대가 판매되며 전체 수입차 중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사이버트럭을 추가하며 라인업을 강화했고, 미국산 차량에 적용되던 연간 안전 규제(5만 대 상한선) 폐지도 추진 중이라 향후 성장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BYD 돌풍…중국 브랜드, 국내 시장 공략 본격화

BYD는 올해 3월 첫 차량을 인도한 이후 8월까지 총 1947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시장 점유율 1.0%를 기록했다. 주력 모델 아토3는 실구매가 2000만 원 후반대의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1764대가 팔리며 일부 국산 전기차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BYD는 지난 7월 중형 세단 ‘씰’을 출시한 데 이어 이달에는 중형 SUV ‘씨라이언7’을 선보였고, 씨라이언7은 4490만 원에 국고보조금을 선할인하는 파격적인 전략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이 외에도 립모터, 지커 등 중국의 다른 전기차 브랜드들도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지리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는 올해 2월 한국 법인을 설립했으며, 이르면 11~12월 공식 출범해 내년 1분기부터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유럽 브랜드의 위기감 고조

미국과 중국 브랜드의 급성장 속에서 유럽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고전하고 있다. 독일 주요 5개 브랜드의 1~8월 전기차 판매는 1만2693대로 전체 전기차 판매의 8.9%에 그쳤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BYD의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19만6000대로 전년 대비 18.6% 증가한 반면 테슬라는 82만9000대로 13.0% 감소했다.

국내 시장에서 테슬라가 유독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충전 인프라의 우위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BYD가 연말까지 전시장 30개, 서비스센터 25개를 확보할 계획이어서 시장 판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크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1~8월 국내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14만2456대로 전년 동기 대비 48.4% 증가했다. 전체 신규 등록 차량 중 전기차 비중도 지난해 8.9%에서 올해 12.7%로 크게 확대됐다.

업계 관계자는 “엔트리급 전기차나 중형 SUV 시장에서 국산 브랜드가 경쟁력 있는 모델을 제때 내놓지 못하면, 미국과 중국 브랜드에 더 많은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전기차 시장의 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는 만큼, 국내 업체들도 전략적 대응을 서두르지 않으면 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