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싱가포르 국빈 방문 직후 강력한 부동산 정책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로렌스 웡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에 도착한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집을 사고파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그것이 이익이 되게 할지 손해가 되게 할지는 정부가 정한다”고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싱가포르는 좁은 국토에 1인당 국민소득이 약 10만 달러(약 1억4500만원)에 가까운 나라지만 국민들이 부동산 투기로 고통받지 않는다”며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는 인구의 80%가 주택개발청(HDB) 공공주택에 거주하며, 국토의 90%를 정부가 소유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60년 넘게 유지해왔다. 이번 발언은 다주택 보유 논란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다주택이나 비거주라는 이유로 정치인들에게 강요하거나 도덕적 의무를 얘기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집을 사 모으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사는 것이 이익이 되도록 정부가 세금·금융·규제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모델의 핵심: 공급과 규제의 조화

싱가포르 부동산 정책의 성공 비결은 압도적인 공공주택 공급과 철저한 투기 억제 장치다. HDB 주택은 99년 임대차(리스홀드) 방식으로 공급돼 주민이 건물은 소유하지만 토지는 국가가 보유한다.
지난해 10월 부킷 메라에 공급된 30평대 공공주택의 분양가는 58만 싱가포르달러(약 6.7억원)였으며, 신혼부부는 최대 12만 싱가포르달러(약 1.4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투기 억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견고하다. 5~10년의 의무 거주 기간이 지나야 재판매가 가능하며, HDB 자격을 갖춘 싱가포르 시민과 영주권자에게만 판매할 수 있어 외국인 직거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외국인과 다주택자에게는 추가취득인지세(ABSD)를 부과한다. 2025~2027년 3년간 5만5000호의 공공주택 공급이 계획돼 있으며, 연 1~2만 호를 꾸준히 공급하는 시스템이 작동 중이다.
“세금·금융·규제로 투기 손실 구조 만들 것”

이 대통령은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명확히 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선택이 손실이 되도록 세금, 금융, 규제를 철저히 설계할 것”이라며 “그 어떤 부당한 저항과 비방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주택이나 투자용 비거주 주택의 매도를 유도하는 것은 도덕적 의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며 “지금까지의 정부의 실패 또는 방임을 믿으며 이익을 취해 온 그들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지 않고 피해를 회피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팔기 싫다면 그냥 두시라”며 “정부 정책에 반한, 정부 정책을 불신한 선택이 결코 이익이 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이 정부의 성공이자 정상사회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공급 중심 정책의 시그널

이번 발언은 한국 부동산 정책의 큰 방향 전환을 예고한다. 싱가포르가 증명한 “공급이 답”이라는 정책 교훈을 직접 언급한 점이 주목된다.
싱가포르 국가개발부 장관 데스몬드 리는 “HDB는 국민의 집이지 투자 상품이 아니며, 동시에 국민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기도 하다”며 정책 목표를 “투기는 막되, 근면하게 일한 가정이 자산을 형성할 기회는 보장하는 것”으로 정의한 바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역세권 공공주택 대폭 확대, 토지 공공 보유, 입지별 차등 보조금과 규제 적용 등 구체적 정책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싱가포르는 2024년 10월 HDB를 입지별로 스탠더드·플러스·프라임으로 분류해 각각 다른 보조금과 규제를 적용하는 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1960년대 인구의 70% 이상이 판잣집에 거주하던 싱가포르가 60년 만에 자가소유 비율 90.8%로 세계 1위를 달성한 사례는, 정부 의지가 부동산 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