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3배로 늘려도 부족”…기아 신차 줄줄이 내더니, 해외서 ‘주문 폭주’

EV3·EV4, 유럽서 잇따라 흥행
합리적 가격·현지 전략 적중
글로벌 침체 속 유럽서 ‘역주행’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는 글로벌 분위기 속에서, 기아는 유럽에서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전기 SUV ‘EV3’는 출시 9개월 만에 6만 대 이상 수출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고, 해치백 모델인 ‘EV4’는 출시 직후 주문이 몰리며 생산량을 세 배로 늘렸다.

특히 EV3는 수출 물량 중 86%가 유럽 시장으로 향할 만큼, 유럽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EV4 역시 현지 반응이 예상보다 뜨거워, 유럽 생산 기지인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생산량을 8월 1963대에서 9월 6313대로 확대했다.

업계에선 기아의 전기차 전략이 “유럽 맞춤형 승부수”였다고 평가한다.

‘가성비 전기차’ 전략, 유럽에서 통했다

EV3는 단순히 저렴한 전기차가 아니다. 한 번 충전으로 605km(WLTP 기준)를 달릴 수 있는 충분한 주행거리와 함께, 보조금을 적용하면 4000만원대에 구매 가능한 ‘합리적 가격’을 갖췄다.

실용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잡은 전략이 유럽 시장에서 통했다.

EV4는 해치백 형태로 유럽의 도심형 차량 수요에 최적화된 모델이다. EV3보다 작고, 더욱 도심 친화적인 크기로 기획된 EV2도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EV2는 유럽 전략형 모델로, 전장 약 4000mm의 소형 크로스오버 전기 SUV다. 시작 가격은 약 3만 유로(약 4960만원)로 예상되며, EV3보다 저렴하다.

기아는 EV2·EV4 생산을 맡은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의 연간 생산 목표를 기존보다 세 배 늘려 18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글로벌 전체로는 2년 내 20만대 생산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기아 송호성 사장은 “EV2와 EV4의 생산량을 연간 20만 대 수준으로 올리면, 수익성 확보에도 자신 있다”고 밝혔다.

유럽 집중, 전략적 선택이었다

기아가 유럽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미국에서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로 인한 고율 관세 장벽에 막혔고, 중국에서는 현지 브랜드와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러시아는 전쟁 여파로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주요 시장에서 제약을 받는 가운데, 유럽은 친환경차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고 전기차 보조금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기아는 이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EV3·EV4에 이어 EV2까지 유럽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고, 가격과 성능 면에서 유럽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모델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실제 기아는 올해 1~8월 유럽 전체 판매량이 소폭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56% 증가한 7만1179대를 기록했다. EV3는 4만5000대 이상 팔리며 스포티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린 기아차로 자리잡았고, 유럽 전기차 판매 순위에서도 7위를 차지했다.

기아의 유럽 공략은 단순한 시장 확대가 아니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드는 시점에, 현지에 맞춘 전략적 생산과 제품 기획으로 다시 한 번 성장의 기회를 포착한 것이다.

내년 EV2가 본격 출시되면, 기아의 ‘유럽 완판 행진’은 더 강한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글로벌 전기차 침체 속에서 기아의 유럽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