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 판매량 급격히 감소
경기 침체와 번호판 규제가 원인
수입차 업계 다양한 활로 모색 중

국내 수입차 시장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경기 침체와 연두색 번호판 제도 도입이라는 이중고로 인해 고가 수입차 판매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1억원 이상 수입차의 판매량이 8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일부에서는 번호판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 신고’ 사례까지 등장해 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고가 수입차 판매 8년 만에 ‘역성장’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억원 이상 수입차 판매량은 총 6만2520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7만8208대와 비교해 20.1%나 감소한 수치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고가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도 큰 폭으로 줄었으며, 2023년 28.9%였던 고가 수입차 비중은 2024년 23.7%로 5.2%포인트나 하락했다.
브랜드별 실적을 살펴보면 BMW가 2만4543대를 판매해 1위를 차지했고, 메르세데스-벤츠가 1만9529대로 2위, 포르쉐가 8254대로 3위를 기록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럭셔리 브랜드의 급격한 판매 감소다. 차량 1대 가격이 최소 3억원을 호가하는 벤틀리의 경우, 2023년 810대에서 2024년 400대로 판매량이 50.6%나 급감하며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연두색 번호판 제도가 불러온 시장 혼란

또한, 지난 2024년부터 시행된 연두색 번호판 제도는 수입차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제도는 출고가 8000만원 이상의 법인 승용차에 의무적으로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통해 업무용 법인 승용차를 용도에 맞게 운영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에서는 연두색 번호판 부착을 피하기 위해 취득가를 거짓으로 낮춰 신고하는 ‘꼼수 법인차’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가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연두색 번호판 차량에 대한 ‘낙인 찍기’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위기 속 수입차 업계의 생존 전략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수입차 업계는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우디코리아는 2025년에 한국 시장 진출 이후 가장 많은 16종의 신차를 투입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2024년 판매순위가 7위까지 하락하며 1만대 이하(9304대)로 떨어진 판매량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주목할 만한 점은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로 일부 고가 수입차 수요가 분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 브랜드의 경쟁력 향상과 함께 가격적인 메리트까지 더해져 수입차 시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경기 침체

전문가들은 수입차 시장의 침체 원인을 복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경기 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며, 고환율로 인한 수입차의 가격 경쟁력 하락과 연두색 번호판 제도가 고가 차량 구매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수입차 시장의 침체는 IMF 외환위기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KAIDA에 따르면 2024년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26만3288대로 전년(27만1034대) 대비 2.9% 감소했으며, 2023년에도 전년 대비 4.4% 감소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침체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은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현상”이라며, “각 제조사들은 신차 출시를 통한 시장 활성화, 마케팅 강화, 서비스 품질 개선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