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모터스포츠 첫 도전
마그마 주황빛으로 눈길
아쉬운 중도 포기에도 성과 남겨

“엔진 소리가 귀를 찢는 듯했다. 그런데 그 차가 한국 차였다.” 프랑스 르망, 세계적인 내구 레이스 무대에 처음 등장한 국산차 브랜드에 현지 팬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은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열린 ‘2024 르망 24시’ 대회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글로벌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었다. 국산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내세운 것은 단순한 경주차가 아니었다.
고성능 하이퍼카 ‘GMR-001’과 이를 뒷받침하는 모터스포츠 전략, 그리고 브랜드 자존심을 건 첫 출전이었다. 비록 24시간 완주에는 실패했지만, 제네시스가 세운 이정표는 국내 자동차 산업에 새로운 전환점을 알렸다.
르망 24시, 국산차 첫 도전의 기록

제네시스는 프랑스 라 사르트 서킷에서 열린 세계 3대 내구 레이스 중 하나인 ‘르망 24시’에 처음으로 출전했다. 이 대회는 단순한 스피드가 아닌, 차량의 내구성, 팀워크, 드라이버 전략이 총체적으로 요구되는 레이스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창단한 모터스포츠팀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GMR)’을 통해 르망의 LMP2 클래스에 도전했다. LMP2는 하이퍼카보다 한 단계 낮은 등급이지만, 내구성과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클래스다.
경기 시작과 함께 62대의 차량이 동시에 질주했다. 오렌지빛 마그마 컬러로 도색된 GMR 차량은 130데시벨의 엔진음을 울리며 출발선을 박차고 나갔다.

그러나 경기 시작 14시간 만인 15일 오전 6시 10분, 차량에 이상이 생기며 주행을 멈췄다. 주최 측은 “후륜 우측 바퀴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경험 많은 베테랑 안드레 로테러, 유러피언 르망 시리즈의 제이미 채드윅, 프랑스의 유망주 마티스 조베르 등 화려한 드라이버 라인업에도 불구하고 제네시스는 아쉽게 완주에 실패했다.
“비빔밥처럼”… 브랜드 철학 담은 도전

제네시스는 경기장 인근에 전시 부스를 마련하고 브랜드의 모터스포츠 철학과 미래 전략을 공유했다.
시릴 아비테불 현대모터스포츠법인장은 “한국 전통 음식인 비빔밥처럼 다양한 인력과 기술이 조화를 이뤄야만 완전한 모터스포츠 전략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이 부스에서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10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히스토리 월’을 비롯해, GV60 마그마 콘셉트카와 엑스 그란 베를리네타 등 미래차 라인업도 전시됐다. 하이라이트는 유럽에서 첫 공개된 ‘GMR-001 하이퍼카’ 실차 디자인이었다.

특히 이 차량은 한글 초성을 모티브로 한 그래픽 ‘마그마 리버리’로 유럽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정판 굿즈와 이벤트도 열려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실패가 아닌 시작… 유럽 정조준하는 제네시스

르망 24시는 하나의 경기 이상으로 제네시스는 이를 통해 고성능 모터스포츠 브랜드로의 본격적인 전환점을 마련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아누크 아바디, 저스틴 테일러, 가브리엘 타퀴니 등 세계적인 모터스포츠 전문가들을 새 운영진으로 선임했다.
또한 이번 대회를 계기로 제네시스는 2025년 WEC 하이퍼카 클래스, 2026년 미국 IMSA 웨더텍 스포츠카 챔피언십(WTSCC)에도 본격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기반으로 프랑스 르 카스텔레 지역에 마그마 전용 개발센터를 신설하고, 현지 레이스 전문 기업 오레카와 손잡고 차세대 레이스카 개발 및 운영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한편 비록 첫 출전에서 완주는 이루지 못했지만, 제네시스의 도전은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으며 단순히 ‘럭셔리’를 넘어, ‘성능’과 ‘기술력’에서도 세계 무대와 겨룰 수 있다는 자신감에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