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거리 1000km 괴물 나온다”…G80 단종시킨 제네시스, ‘비밀병기’ 따로 있었다

G80 전동화 모델 일정 늦춰져
내연기관·하이브리드 우선 유지
전기 SUV ‘GV90’에 집중 전략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 G80의 차세대 전기차 모델이 미국 시장에서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애초 2026년쯤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던 풀체인지 G80 EV는 2029년 이후로 계획이 밀린 것이다. 이로써 전기차 전환의 상징으로 꼽히던 G80 전동화 프로젝트는 상당한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G80 EV, 미국 시장서 ‘조용한 퇴장’

G80 전기차 모델은 2024년형을 마지막으로 미국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2025년형은 출시되지 않았으며, 제네시스 측의 공식 발표는 없지만 사실상 단종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G80의 차세대 모델 개발 일정을 전반적으로 늦추고 있으며, 당분간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버전을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라며, “G80 EV 단종은 낮은 수요와 충전 인프라 부족 등 여러 요인이 겹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업계 전반에서는 G80 EV의 판매 부진과 충전 인프라 한계, 글로벌 전기차 시장 내 경쟁 심화가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GV90에 집중…전동화 전략 재조정

G80 EV의 공백 속에서 제네시스는 전기 SUV ‘GV90’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 모델은 지난해 뉴욕 오토쇼에서 공개된 ‘네오룬(Neolun)’ 콘셉트를 바탕으로 하며, 2026년 중반 출시가 예정돼 있다.

GV90에는 ‘코치 도어’,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 등 고급 사양이 적용된다. 제네시스는 GV90을 통해 럭셔리 전기차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강화할 전략이다.

하이브리드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도 함께 추진 중이다. 내년에는 G80, GV70, GV80 모델에 하이브리드 트림을 추가하고, GV70 기반 EREV도 선보일 예정이다.

차세대 G80, ‘전기차 다양성’으로 간다

전기차 전환은 늦춰졌지만, 방향은 여전히 전동화다. G80의 차세대 라인업은 전기차(EV), 하이브리드, EREV 등 세 가지로 구성될 전망이다.

특히 EREV는 엔진이 직접 구동하지 않고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주행거리 불안(Range Anxiety)’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완전 충전 시 최대 1000킬로미터에 달하는 주행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정 조정이 “배터리 기술 개발, 글로벌 전기차 경쟁 심화, 충전 인프라 보완 등의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 속도를 내기보다, 기술 완성도와 시장 반응을 고려한 신중한 전환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제네시스는 차세대 G80을 통해 전동화의 ‘다양성과 진보’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계획이다. 지금은 속도를 늦췄지만, 다음을 위한 전환의 숨고르기가 시작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