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값만 제네시스 한 대?”…한국서 유독 불티나더니, 신차 등장에 ‘깜짝’

벤틀리, 8년 만에 한국서 신형 GTC 인도 시작
4억 넘는 기본가에 옵션만 제네시스 한 대 값
법인 규제에 주춤했지만 하이브리드로 반전 노려

한국의 슈퍼 리치들이 선택한 차, 벤틀리가 다시 한국 시장을 달군다.

최근 벤틀리코리아가 8년 만에 국내에 선보인 오픈톱 컨버터블 ‘더 뉴 컨티넨탈 GTC’의 인도를 시작했다.

최고 사양인 뮬리너와 스피드 모델은 4억 원이 훌쩍 넘는 가격표에도 불구하고 이미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부와 취향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기본값 4억에 옵션만 제네시스 한 대…맞춤 소비가 만든 시장

한국은 글로벌 벤틀리 판매에서 무게감 있는 위치를 차지한다. 지난해 한국에서 판매된 벤틀리는 800대가 넘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세계적으로는 영국·미국·중국에 이어 손꼽히는 시장이다. 전 세계 판매가 줄어든 시기에도 한국은 오히려 성장세를 보이며 벤틀리 본사가 주목하는 무대로 부상했다.

눈길을 끄는 건 구매자들의 소비 방식이다. 단순히 차를 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죽, 우드, 컬러 등 개별 맞춤 옵션에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벤틀리가 강남에 전용 플래그십 공간인 ‘벤틀리 큐브’를 세운 것도 이 같은 수요를 겨냥한 행보다.

실제로 전 세계 벤틀리 고객 10명 중 7명이 수천만 원에 이르는 옵션을 추가하는데, 한국 역시 이 흐름의 한가운데에 있다. 기본가 4억 원대에 옵션만으로도 제네시스 한 대 값이 얹히는 셈이다.

평균적으로 고객당 5천만 원 안팎을 더 지출하며, 특수 도장이나 희귀 우드 트림은 1천만~2천만 원, 맞춤 가죽과 스티칭 같은 세부 사양은 수백만 원 단위로 추가된다.

그렇다면 이처럼 고가의 차량이 어떻게 꾸준히 팔릴 수 있을까. 그 배경에는 탄탄한 부의 기반이 있다. 한국의 고액 자산가는 이미 130만 명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다.

이들 가운데 극히 일부만 새 벤틀리를 구입해도 연간 판매 목표를 충분히 채울 수 있다. 더불어 럭셔리카 시장 자체가 확대되면서 1억 원대는 물론 3억 원 이상 차량 판매도 꾸준히 늘고 있다.

법인 규제에 흔들렸던 판매…하이브리드로 반전 노린다

물론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해 도입된 고가 법인 차량 규제와 경기 침체 여파로 벤틀리 판매는 한때 크게 위축됐다.

법인 구매가 줄며 판매가 급격히 감소했고, 글로벌 본사 역시 금리와 심리 위축으로 전체 인도가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벤틀리는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앞세워 반전을 노리고 있다.

이번에 출시된 GTC 역시 전기 모드만으로도 60km 이상 주행할 수 있는 고성능 하이브리드를 탑재해 새로운 수요층을 끌어모으려는 전략이다.

새로운 모델의 인도 시작은 단순한 신차 출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한국 시장에서 벤틀리가 보여온 저력과 소비자들의 특성이 맞물리면서, 럭셔리카 시장의 향후 흐름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과연 이 고급 오픈톱 모델이 다시 한 번 한국을 벤틀리의 핵심 무대로 각인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