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택시기사도 다 틀린다”…신호 대기 중 ‘이 행동’, 차 ‘박살’ 내는 지름길?

신호 대기 중 N으로 바꾸는 습관, 변속기엔 ‘독’ 된다
하이브리드에선 배터리 방전·시동 불가 위험 커져
전문가 “오토홀드 쓰고 불필요한 변속 피해야”

신호에 걸린 택시가 기어를 ‘중립(N)’으로 옮기는 모습, 누구나 한 번쯤 본 적 있을 것이다.

연료를 아끼려는 노하우처럼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그 습관이 오히려 차량을 더 지치게 만든다”고 말한다. 정차 중 D(드라이브)를 N으로 바꾸는 행위, 겉보기엔 사소하지만 결과는 의외로 크다.

신호에 걸릴 때마다 N으로? 그 작은 습관이 변속기를 갉아먹는다

일반 자동변속기 차량은 D 상태에서도 정지 시 브레이크로 잡아두면 문제가 없다. 제조사들은 이를 전제로 냉각과 윤활 시스템을 설계한다.

그러나 매번 N으로 옮기면 유압 밸브와 클러치가 불필요하게 작동한다. 반복될수록 마모가 쌓이고, 결국 변속 충격이나 오일 압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엔진 부하를 줄인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그 반대일 수 있다.

연비 절감 효과도 거의 없다. 공회전 중 연료 소모는 기어 위치와 큰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N으로 옮겼다가 다시 D로 전환할 때 유압이 재형성되며 오히려 미세한 에너지 손실이 발생한다.

게다가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브레이크등이 꺼져 뒤차가 정차를 인지하기 어렵고, 약간의 경사에서도 차량이 밀릴 위험이 있다.

듀얼클러치(DCT)나 무단변속기(CVT) 차량은 예외가 있다. 막히는 오르막처럼 열이 쉽게 오르는 상황에서는 일시적으로 N이나 P로 옮겨 클러치 부담을 줄이라는 제조사 권고가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한정적이다. 대부분의 도심 신호 대기에서는 굳이 N으로 바꿀 이유가 없다.

하이브리드에선 치명적… ‘N 습관’이 배터리를 말린다

문제는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N 위치에서는 배터리 충전이 중단되기 때문에 장시간 대기하면 방전이나 재시동 불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매뉴얼에도 “장시간 N 금지”가 명시돼 있다. 즉, 하이브리드 차량에서의 ‘N 습관’은 단순한 낭비가 아니라 잠재적 고장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자동차는 설계된 방식대로 쓰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말한다. 발이 피로하다면 오토홀드를 이용하거나, 정차 시간이 길 때는 P에 두고 주차 브레이크를 걸면 된다. 불필요한 변속은 차량에도, 운전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호등 앞에서의 그 짧은 손동작이, 사실은 차를 천천히 지치게 만들고 있을지 모른다. 작은 습관 하나가 큰 수리비로 돌아오기 전에, 지금이 바로 바꿔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