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 국방부 차관이 자국 F-35 전투기의 소프트웨어를 미국 허가 없이 ‘탈옥(jailbreak)’할 수 있다는 파격 발언을 내놨다.
동맹국 고위 관료가 공개석상에서 미국 무기체계의 기술적 독립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며, NATO 내 미국 의존도를 둘러싼 긴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네덜란드 국방부 차관 헤이스 튀인만(Gijs Tuinman)은 2월 15일 BNR 뉴스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나 지원이 중단될 경우, 이론적으로 F-35의 운영체제를 독자 수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애플의 iOS 탈옥에 비유하며 “극단적 상황에서의 기술적 대안”이라고 표현했지만, 동시에 “공개적으로 논해서는 안 될 민감한 주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NATO 압박이 심화되는 가운데 나와 더욱 주목받고 있다.
F-35는 현재 네덜란드 공군의 유일한 작전기종이다. 구형 전투기를 모두 퇴역시킨 상황에서 F-35에 대한 의존도는 절대적이며, 이는 동시에 미국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 종속을 의미한다.
800만 라인 코드, 단순 ‘스위치’ 아니다

F-35의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는 현존하는 무기체계 중 가장 복잡한 구조로 평가받는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핵심 코드만 800만 라인을 초과하며, 다층 사이버보안 통제와 엄격한 접근 프로토콜로 보호된다.
단순히 ‘원격 킬 스위치’가 존재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술적으로 부정확한 시나리오”라고 일축해왔지만, 미션 데이터 파일(MDF)과 업그레이드에 대한 미국의 통제는 엄연한 현실이다.
핵심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다. F-35는 무장 통합, 센서 융합, 전자전 능력 모두가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패치에 의존한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정비 인프라를 통해 모든 파트너국 기체가 관리되며, 이 시스템 접근 없이는 최신 위협 라이브러리 탑재나 신형 무기 연동이 불가능하다.
‘탈옥’의 현실적 대가

튀인만 차관은 기술적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그 대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방산 전문가들은 승인되지 않은 소프트웨어 변경이 향후 업그레이드 경로를 차단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독자 수정된 기체는 미국이 제공하는 향후 성능개선 프로그램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사실상 기술적 고립을 자초하는 결과다.
NATO 상호운용성도 문제다. F-35의 설계 철학은 다국적 편대 운용을 전제로 한다. 네덜란드가 독자 소프트웨어 경로를 택할 경우, 동맹국 기체와의 데이터링크 호환성이 저하되고 연합작전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튀인만 차관 역시 “현재 미국의 지원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이는 가상의 최악 시나리오에 대한 논의”라고 강조하며 현실적 선택지가 아님을 시사했다.
균열 드러낸 NATO 무기 생태계
이번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이론적 가능성 제시지만, 이면에는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요구가 깔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NATO 방위비 분담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네덜란드를 포함한 유럽 국가들은 미국 무기체계 의존도를 재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은 독자 전투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F-35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네덜란드는 F-35 도입을 완료한 상태이며, 유럽 내 다수 국가가 F-35를 운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튀인만 차관의 발언은 협상 카드이지 실행 계획이 아니다”라며 “유럽이 미국 기술 생태계를 완전히 벗어나려면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과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탈옥’ 발언은 기술적 독립 의지보다는 동맹 내 불균형한 관계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읽힌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기술 접근을 통제할 수 있는 구조 속에서, 파트너국들은 협상력 확보를 위한 상징적 제스처를 취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드러난 셈이다.
NATO의 결속력은 군사적 상호운용성만큼이나 기술적 신뢰에 달려 있으며, 그 균형점을 찾는 작업은 계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