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산은 완전히 열려 있다. 비용은 상관없다.” 걸프 지역 고위 관계자의 이 발언은 중동 방공미사일 시장의 절박함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개시 후 걸프 국가들이 방공미사일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정작 미국의 공급은 지연되고 있다.
전쟁 개시 4일 만에 약 4천개의 목표물이 타격됐다. 이는 2025년 6월 ’12일 전쟁’ 기간 이스라엘이 발사한 미사일 총량과 맞먹는 규모다.
문제는 이 같은 고강도 작전이 요격미사일 재고를 급속도로 소진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패트리엇 등 요격미사일 추가 공급을 약속했으나, 실제 무기 인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걸프 지역 또 다른 관계자는 “지역 전체의 요격미사일 물량이 충분하지 않아 우려스럽다”며 “우리는 더 많은 요격미사일을 요청했지만, 동맹국들은 아직 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우크라이나發 공급 병목, 이스라엘 우선 배분 논란
방공미사일 공급난의 근본 원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2022년 이후 지속된 전쟁으로 글로벌 요격미사일 재고가 이미 바닥을 드러낸 상황에서, 이란-이스라엘 갈등이라는 신규 수요가 겹치며 공급 병목이 심화됐다.
더 큰 문제는 불균형한 배분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3월 2일 미군이 지원한 첫 군수품 수송분을 항공으로 수령했지만, 걸프국들의 추가 요청에는 응답이 없다. 미국의 공급이 이스라엘에 집중되면서 지역 내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정교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역시 수급난을 피하지 못했다. 미국은 2010년 이후 주문한 THAAD 요격미사일 650발 중 150발을 2025년에만 발사했다.

전체 재고의 23%를 1년 만에 소진한 셈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톰 카라코는 “우리의 요격 능력은 탁월하지만, 모든 미사일을 요격할 만큼 충분한 방공망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 방산, 중동 방공시장 공백 파고든다
미국의 공급난은 한국 방산에게는 기회다. 천궁-II(KM-SAM)는 이미 UAE,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에 계약이 체결됐으며, 중동 국가들의 한국 고도별 요격체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장남현 연구원은 “이번 전쟁을 통해 글로벌 지정학적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무기체계 수요 증가 흐름은 단기성 이벤트가 아님이 재확인됐다”며 “전쟁 과정에서 방공 미사일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수출 증가와 이익 개선이라는 방산 업종 핵심 투자포인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 방공미사일 시장은 구조적 공급 부족과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향후 수년간 확대될 전망이다.

“비용은 상관없다”는 걸프국들의 발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생존이 걸린 절박함의 표현이다. 미국이 공급 공백을 메우지 못하는 사이, 한국 방산은 기술력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중동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