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시절 극단서 1년에 20만원 받았던 이정은
45세 방송 데뷔 전까지 아르바이트로 생계유지
“버릴 게 없는 시간이었다”, “고생한 시간 덕분에 배우로서 다양한 배역에서 디테일을 갖출 수 있었다”
데뷔 후 여러 연극 및 뮤지컬 무대에서 무명시절을 보내며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온 배우 이정은.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대저택에서 일하는 가정부인 국문광 역으로 열연을 펼친 그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장사로 바빠 할머니 손에 자랐다.
남들 앞에서 장기자랑을 즐겼던 이정은은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남들 다 하는 공부에 매진했으나, 1987년 입시를 한 달 앞두고 갑작스럽게 진로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기성 사회에서 어른들이 원하는 삶이 싫었던 그는 당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자 충동적으로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지원했고, 그렇게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대학생활을 하고 졸업을 했지만 이후 연기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정은은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극단에 있을 때 1년에 20만 원을 벌기도 힘들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배우의 꿈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부업을 병행해야 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45세에 방송 데뷔를 하기 전까지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갔다” 면서 “연기 강사, 마트 캐셔, 화장실 청소, 간장과 녹즙 판매 등 다양한 일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이정은이 무명 시절 가르친 제자 중에는 가수 이효리도 있었다.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정은은 “이효리가 드라마 ‘세잎클로버’로 연기 데뷔할 때 내가 연기를 가르쳤다”고 말했다.
이효리에 대해 “상황 몰입도가 뛰어난 학생이었지만 결정적 순간에 자꾸 웃었다”며 “그래도 연기를 잘하고 감수성도 뛰어났다”고 회상했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하며 실력을 쌓은 이정은은 무명 시절의 온갖 경험이 배우로서 큰 자산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고생했던 시간 덕분에 다양한 배역에서 디테일을 갖출 수 있었다”며 “일해보지 않은 사람은 표현하기 힘든 지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함안댁 역의 구수한 사투리를 연기해야했던 이정은은 실제로 지방까지 내려가 지방 사투리를 연습했고, 영화 <옥자>에서는 슈퍼 돼지의 소리를 흉내 내기 위해 동물원과 농장을 방문해 다양한 동물을 관찰하고 녹음했다.
이정은은 “사람들은 조명을 받고 수면 위에 올라와 있을 때만 그들의 꿈과 이상을 존중하는 것 같다”면서 “수면 밑에서 얼마나 발버둥 치는지, 무엇을 꿈꾸는지는 잘 보지 않는다. 하지만 꿈꾸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 물장구를 누군가는 반드시 알아주고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는 그 노력을 먼저 알아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라고 전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