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어 법원의 무거운 심판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반도체 제조의 핵심인 웨이퍼 연마 관련 기술자료를 중국 업체로 넘긴 전직 연구원들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주범에게 원심과 동일한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된 한편,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던 공범들에게는 각각 징역 1년 6개월과 징역 2년, 벌금 2천만 원이 내려진 것으로 확인된다.
이처럼 항소심에서 공범들의 형량이 일제히 높아진 것은 재판부가 이번 사건을 개인의 단순한 일탈이 아닌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유출 범죄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뚫린 보안망과 조직적 결탁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는 반도체 웨이퍼 연마(CMP) 공정은 표면을 평탄하게 만드는 핵심 기술로, 소재와 장비 및 공정 조건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기밀 자료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인들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내부 권한으로 시스템에 접속한 뒤, 화면을 개인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방식으로 손쉽게 핵심 자료를 확보하여 유출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
고도의 해킹 기술 대신 권한을 가진 내부자가 화면을 직접 찍어 외부로 빼내는 방식은 일반적인 기업 보안 장비만으로는 완벽히 잡아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취약점을 시사한다.
조사 결과 주범은 임원 승진에서 탈락한 이후 중국 업체와 연마제 제조 사업 동업을 약정했으며, 재직 상태를 유지하며 메신저로 현지 생산 설비 구축을 관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나아가 다른 회사의 연구원들까지 포섭해 중국으로 이직시키는 등, 단순한 기술 문서 유출을 넘어 숙련된 인력과 경험이 함께 이동하는 조직적 구도를 형성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기술 유출 범죄는 최근 한 해 동안 국가핵심기술 8건을 포함해 총 179건이 적발되고 378명이 검거되는 등 전년 대비 건수 기준 45.5%, 인원 기준 41.5% 급증한 추세이다.
특히 해외 유출 33건 중 중국이 1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피해 기업의 155건이 중소기업이고 내부 임직원이 관여한 사례가 148건에 달해 내부 단속의 시급함을 보여주는 모양새이다.
실패한 공정 조건이나 수율 데이터 같은 현장의 자산이 경쟁국으로 넘어가면 연구비 손실은 물론 국내 산업 전반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시점이다.
사후 약방문을 넘어선 상시적 인사·보안 체계의 필요성

항소심 재판부 역시 유출된 자료가 국가핵심기술이 아니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기각하며, 업계 전반에 경종을 울려 유사 범죄를 막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례는 기업의 기술 보안이 퇴사자 관리뿐만 아니라 재직 중의 권한 남용, 나아가 승진 탈락이나 이직 준비 같은 내부의 인사 변수까지 입체적으로 다루어야 함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에 따라 단순한 출입 통제를 넘어 핵심 인력이 어떤 자료를 반복 열람하는지 점검하고, 외부 메신저나 개인 기기 활용을 연계해 분석하는 상시 모니터링 체계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한 번 유출된 공정 지식은 다시 회수할 수 없는 막대한 비용으로 돌아오는 만큼, 사후 대응보다 생산 관측과 내부 리스크 관리를 고도화하는 사전 방어 전략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