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30조 추경에 부동산 다시 들썩
서울 공급은 반토막, 기대 심리만 더 커져
정부 “잡겠다”지만 시장은 이미 달아올랐다

“그때 팔지 말고 그냥 들고 있을 걸 그랬어요.”
서울 서대문구에서 소형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던 50대 직장인 정모 씨는 지난해 집값 하락 전망을 믿고 급매로 매도한 걸 두고 최근 깊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 씨는 “집값 더 떨어진다길래 믿고 정리했는데, 지금 분위기 보면 너무 성급했나 싶다”며 “같은 단지 매물이 벌써 몇 억씩 다시 붙은 걸 보면 말문이 막힌다”고 말했다.
“돈 풀리자 다시 뜨거워진 부동산”… 서울 집값, 또 들썩인다
최근 30조 원대의 추가경정예산과 기준금리 인하가 동시에 단행됐다.

경기 부양이라는 명분이 붙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뜻밖이다.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서울을 중심으로 다시 부동산 열기가 번지고 있다.
시중에 풀리는 돈이 많아질수록, 투자처를 찾는 자금은 결국 ‘기대 수익이 높은 곳’으로 향한다. 공급은 부족하고 금리는 낮아졌다.
지금 서울은 딱 그 조건에 부합하는 시장이다. 내년 서울 신규 입주 예정 물량은 2만4000가구에 그칠 전망이다. 올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서울 대형 단지는 3곳에 불과해 체감 공급 부족은 더욱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유동성이 늘어나면, 투자 수요가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이런 흐름은 과거에도 반복된 바 있다. 2020년 코로나19 위기 당시, 네 차례의 추경과 기준금리 인하가 이어지며 통화량은 급격히 늘었다.
그 결과, 집값은 단기간에 가파르게 상승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에 따르면, 통화량이 1% 늘어나면 1년 내 주택 가격이 약 0.9%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 막히고 기대심리 폭발… 또다시 ‘불장’ 돌아오나
경제가 어려울수록 정부는 돈을 풀고, 그 돈은 다시 자산 시장을 자극한다. 지금 상황은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도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 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규제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공공 프로젝트 지연과 건설비 급등 같은 구조적인 한계로 인해, 당장 공급을 늘리기란 쉽지 않다.

결국 현재로선 기대 심리를 자극할 만한 요인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를 꺾을 수 있는 실질적 카드가 마땅치 않은 셈이다.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언급되자 시장은 더 요동쳤다. 한국은행 총재가 “예상보다 큰 폭의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부동산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까지 ‘지금 아니면 늦는다’는 심리에 반응하고 있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말하지만, 시장은 그 말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규제와 공급, 부양과 억제 사이의 간극이 집값 기대심리에 불을 지피고 있다.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지금의 상황은 다시 한 번 시장 과열의 서막일지도 모른다. 더 늦기 전에, 유동성에 휩쓸리는 구조적 불균형에 대한 면밀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