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주세요” 러브콜 쏟아지는데…예산 삭감 때린 정부, 업계 ‘날벼락’

외국인 10명 중 8명, 한국 맛 보러 온다
K푸드 열풍인데… 음식관광 예산은 반토막
“맛의 힘” 외면한 정부, 한류 온도 식나

K푸드가 세계를 달구고 있다. 서울 거리를 걷다 보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손에 떡볶이나 호떡을 들고 웃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 음식을 맛보려는 ‘식도락 관광’이 이제 한류의 또 다른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정작 이 열풍을 정부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계가 K푸드에 열광하는데… 예산은 거꾸로 간다

한국관광공사의 음식관광 예산이 지난해 20억 원에서 올해 12억8천만 원으로 36% 줄었다.

전체 예산이 11% 감소하는 동안 음식 관련 예산만 세 배 가까이 큰 폭으로 깎인 것이다. 세계가 K푸드에 열광하는 지금, 정부의 걸음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연욱 의원은 “관광은 경험 산업이고, 그 경험은 입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먹는 즐거움이야말로 외국인들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는 뜻이다.

그는 “세계가 K푸드에 열광하는데 정부는 그 열기를 살릴 예산부터 줄였다”며 “이는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정책 인식의 뒤처짐”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관광공사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80% 이상이 한국 여행의 이유로 ‘식도락’을 꼽았다. 쇼핑보다 높은 비율이다.

과거에는 명동의 화장품 매장이나 면세점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시장의 분식집이나 전통주 체험장이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맛이 단순한 음식이 아닌 ‘문화 경험’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경쟁국은 ‘맛으로 승부’… 한국만 예산의 발목 잡혔다

그럼에도 관련 예산이 대폭 줄어든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일부에서는 전체 예산 조정의 여파라고 하지만, 관광의 핵심이 ‘경험’임을 고려하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일본, 태국 등 경쟁국들이 음식관광을 국가 전략으로 육성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응은 다소 소극적이다.

K푸드는 이미 세계인의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김치, 불고기, 비빔밥은 물론 라면과 간편식까지 ‘K’라는 이름을 달고 세계를 누빈다.

해외 소비자에게 K푸드는 한국의 정서와 트렌드를 상징하는 문화 코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예산 삭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기회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가 한국의 맛에 손을 뻗는 지금, 정부의 대응은 너무 조용하다. K푸드의 인기는 우연이 아니라 창작자와 소상공인, 그리고 관광객이 만들어낸 결과다.

이 열기를 정책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한류의 가장 따뜻한 온도는 점점 식어갈지도 모른다. 더 늦기 전에 ‘맛의 힘’을 국가 경쟁력으로 끌어올릴 구체적 전략과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