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률 70%인데 “한국인들 줄 섰다”… 심각한 결함에도 “없어서 못 사”, 뭐길래?

충전 반토막·수리비 3000만 원, 테슬라 결함 논란
정부 리콜 조사 착수에도 테슬라 ‘묵묵부답’
판매는 급등했지만 책임 회피 비판 커져

테슬라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 국내 테슬라 차량에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오류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소비자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차량이 멀쩡히 달리다 충전이 절반으로 제한되거나 아예 불가능해지는 심각한 결함이다. 정부는 예비 리콜 조사에 착수했지만, 테슬라코리아는 시정계획 요구에 한 달 넘게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충전이 반토막, 수리비는 3000만 원…테슬라 ‘A079’ 공포 확산

문제가 된 오류는 ‘A079’ 코드로, 배터리 셀 간 불균형이 감지될 때 발생한다. 이 코드가 한 번 뜨면 충전량이 50% 미만으로 제한돼 주행거리가 급감한다.

보증기간이 끝난 차량은 수리비로 약 3000만 원이 든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시스템이 사실상 멈춰서는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자동차안전연구원에 ‘제작 결함 가능성 조사’를 의뢰했다. 본조사 전 단계로, 테슬라의 기술 자료를 확보해 원인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자료가 미국 본사를 거쳐 번역과 공증 절차를 밟다 보니 한 번 오가는 데만 한 달이 걸린다. 조사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판매 13만여 대 중 오류가 한 번이라도 발생한 차량은 약 4350대다. 전체의 3.2%지만, 모델 X와 S는 각각 17%가 넘고 일부 연식은 70%에 달했다.

수리 후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 차량이 6%를 넘는다. 소비자는 고쳐도 불안한 상황이다.

“판매는 급등, 책임은 실종”…묵묵부답 테슬라에 소비자 불만 폭발

환경부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는 부처로서, 소비자 불만이 해소되지 않으면 지급 중단을 검토할 수 있다.

테슬라코리아에 시정계획 제출을 요구했지만, 이 역시 답이 없다. 업계에서는 “판매는 늘지만 책임은 회피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테슬라의 국내 판매량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약 3만 대를 팔아 수입차 브랜드 3위에 올랐고, 올해도 벤츠를 바짝 뒤쫓고 있다. 소비자의 신뢰는 여전하지만, 제조사의 대응은 그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기술 결함이 아닌 글로벌 기업의 책임 의식 문제로 본다. 판매량과 인지도에 비해 사후 대응이 미흡하고, 정부와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세계적인 브랜드가 소비자 신뢰를 어떻게 다루는지 보여주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책임 있는 대응과 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