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관광객 다 뺏긴다”… ‘비상등’ 켜진 제주도, 무슨 일?

유일한 특권이 사라질 위기감
호텔·면세점 업계 전망 엇갈려
생존의 기로에 선 관광산업

“이대로 가다간 우리만의 강점이 사라지는 거 아닌가?” 제주도 관광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제주도만의 독점적 혜택이 전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이미 관광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주 관광산업에 또 하나의 시험대가 놓이게 되었다.

중국인 무비자 확대, 뭐가 문제인가

정부는 지난 3월 20일 경주에서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오는 3분기 중 전담여행사가 모집한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한시 비자 면제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후 4월 중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정책 발표에 제주지역 관광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전국에서 유일하게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는 지역이다.

2024년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72.5%가 중국인이었고, 올해 1월에는 그 비율이 80%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제주 관광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무비자 정책이 전국으로 확대된다면 제주도만의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크다.

급격한 관광객 감소, 위기의 제주

무비자 특권 상실 우려와 더불어 제주 관광업계는 이미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85만여 명으로 전년보다 9.6% 감소했다.

특히 내국인 관광객은 2022년 1380만여 명에서 2024년 1186만여 명으로 2년 새 194만여 명이나 감소했으며, 올해 1~2월은 2022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7% 이상 급감했다.

3월 상황도 녹록지 않다. 3·1절 연휴 기간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3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9.6% 감소했다.

국내선 항공편은 76편이나 줄었는데도 평균 탑승률은 82%로 떨어졌다. 항공사들이 수익성 악화로 제주 노선을 감축하는 추세라 앞으로 관광객 유치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제주 관광의 감소세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해외로 떠나는 내국인 증가, 항공편 축소, 고물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위기인가 기회인가, 엇갈리는 전망들

이미 부진을 겪고 있는 제주 관광업계는 중국인 무비자 혜택 확대 정책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 관계자는 “중국인이 제주를 찾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무비자 혜택이다”라며 “이제 각 지자체가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걸 텐데, 제주 관광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주 시내 한 면세점 관계자는 “지금도 중국인들이 서울과 제주를 함께 여행할 때 쇼핑은 대부분 서울에서 한다”며 “비자 면제가 전국으로 확대되면 제주는 더욱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이번 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한중 관계 개선으로 중국인 관광 시장 전체가 확대될 수 있다”며 “제주 이외 도시와 제주를 연계한 새로운 상품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주시 연동의 한 숙박업소 대표는 “중국인이 너무 많았을 때는 내국인들이 제주를 꺼리기도 했다”며 “오히려 내국인이나 다른 나라 관광객을 유치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정부의 중국인 대상 한시적 비자면제 정책이 전국으로 확대될 경우, 제주도는 관광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관광객 감소라는 현실 속에서 무비자 정책 변화가 제주 관광산업에 위기가 될지, 새로운 기회가 될지에 관광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