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오션이 그리스 조선업 그룹인 ONEX와 전략적 협력 계약을 맺으며 지중해 시장 진출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이번 협약은 그리스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이뤄졌으며, 지중해 지역에 함정 건조와 정비(MRO) 허브를 구축하는 구상과 연결된다.
글로벌 해양 전문 매체는 이 움직임이 그리스의 해양 주권 강화와 조선업 재건을 골자로 하는 중장기 협력이라고 분석했다.
현 단계가 실제 함정 수주나 미 해군의 정비 계약 확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조선 방산의 외연 확장 측면에서 주목된다.
배 한 척의 판매를 넘어 지중해에 심는 정비 생태계

현지 파트너인 ONEX는 그리스 조선소 인프라를 키우기 위해 단계적으로 13.5억 유로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원 일부는 미국의 국제개발금융공사 금융 지원과 연결되며, 한화오션은 자금 직접 투자 대신 독자적인 기술과 전문성을 지원하는 구조다.
그리스는 지중해와 에게해, 흑해의 접근로를 잇는 해양 지리의 중심지로서 군사적 요충지 역할을 하는 국가이다.
해군 함정은 도입 이후 수십 년 동안 정비, 수리, 부품 공급 등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전력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장비이다.

그동안 전차와 자주포 등에서 성과를 낸 K-방산이 해외 시장에서 더 넓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현지 장기 지원 능력이 필수적이다.
군함은 처음 지을 때보다 이후 발생하는 개량과 정비 시장이 훨씬 큰 만큼, 지중해 거점 확보는 안정적인 기반이 될 수 있다.
협약이 미국대사관에서 진행된 배경에는 한국과 그리스, 미국을 아우르는 3자 해양방산 협력의 틀이 작동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방국 조선소의 정비 네트워크가 넓어질수록 동맹 해군의 함정 정비 수요를 분담하고 작전 지속성을 높이려는 미국의 셈법도 엿보인다.
장기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 넘어야 할 현지화의 문턱

다만 지중해 정비 허브 구상이 완전히 무르익거나 동맹군의 정비 물량이 당장 보장된 상태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
현지 조선소 인력의 숙련도 향상과 설비 현대화, 품질 관리 인증, 각국 해군의 예산 승인 등 해결해야 할 현실적 문턱이 많다.
한국 조선업이 장기 시장을 잡으려면 단순 선박 유통을 넘어 현지 공정과 기술 설계, 부품망까지 깊숙이 지원하는 구조를 짜야 한다.
함정 시장의 진정한 승부는 계약서 작성이 아니라, 배가 고장 났을 때 얼마나 빨리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느냐에서 갈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