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어쩌다가…”이러다 다 뺏긴다” 28년 만에 ‘이럴 수가’

부산 출산율 0.66명으로 전국 광역시 최저
65세 이상 인구비율 24%로 급속 고령화
주요기업 본사 전무…젊은층 대탈출 가속화

“이러다 한국 제2 도시 타이틀도 빼앗기는 거 아닌가 몰라요”, “인재는 다 빠져나가고 노인들만 남아 있어요”

수많은 명소와 문화자산을 보유한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이 심각한 인구절벽 위기에 직면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9일 ‘멸종 위기: 한국 제2의 도시, 인구 재앙을 우려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부산의 위기를 세계에 알렸다.

산과 해변, 영화 축제 등 매력적인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는 한국에서도 가장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도시가 되고 있다.

임시수도에서 무역허브로, 그리고 쇠락

부산의 역사는 한국 산업화의 상징과도 같았다. FT는 한국전쟁 당시 부산이 임시수도 역할을 하며 28만여 명이던 인구가 1951년 80만 명으로 급증했다고 전했다.

나아가 1960~1970년대에는 국가 주도 경제개발의 수혜를 입으며 수출 경제의 무역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한국의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부산의 위상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부산의 주력이었던 값싼 소비재 산업이 쇠퇴하고,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첨단 제조업이 한국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다.

그 결과 1995년 388만 명으로 역대 최고점을 기록한 부산의 인구는 2023년 기준 330만 명이 붕괴되면서 28년 동안 60만 명이 빠져나갔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젊은 층의 대규모 이탈이다. 부산의 합계출산율은 2023년 0.66명으로 서울(0.55명)에 이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더욱이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24%에 달해 특별·광역시 중 최고 수준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이미 부산을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한 도시로 분류했다.

수도권 쏠림 현상이 부른 지역 몰락

FT는 이러한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서울 중심의 극심한 경제 집중 현상을 지목했다.

한국의 100대 기업 중 부산에 본사를 둔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삼성과 LG 같은 대표 기업들의 발상지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이들 기업의 그림자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이상호 연구원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경쟁 속에서 한국 산업과 경제의 중앙집권화는 더욱 심화됐다”며 “이는 부산을 비롯한 지역 경제 중심지의 ‘연쇄 쇠퇴’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급격한 노동 연령 인구 감소

도시의 경제력을 보여주는 지역내총생산(GRDP)에서도 부산의 위상 하락이 뚜렷하다.

2023년 부산의 GRDP는 114조원으로 서울의 20% 수준에 불과했다. 더욱이 2022년 대비 0.3%의 미미한 성장률을 기록하며, 3.2% 성장한 인천(116조원)에도 밀려 특별·광역시 중 3위로 추락했다.

FT는 “서울의 젊은이들도 높은 임금의 일자리와 교육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으로 결혼과 육아를 포기하고 있다”면서도 “부산의 경우 노동 연령 인구의 감소가 훨씬 더 급격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 정계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부산의 인구 위기가 단순한 지역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의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지적하며 수도권 집중 현상이 계속되는 한, 부산과 같은 지방 대도시의 쇠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