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누가 카니발 사나”…대박 옵션들로 가득 찬 신형 미니밴, 정체는?

국내 도로에서 포착된 지커 믹스
카니발과 정면 승부 예고
중국산 전기차, 편견을 넘을까

올해 10월, 국내 도로에서 포착된 한 대의 전기 미니밴이 자동차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중국 지리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Zeekr)가 만든 ‘믹스(Mix)’다.

기존 미니밴의 틀을 깬 독특한 설계와 전기차 특화 구조, 270도 회전 시트와 슬라이딩 테이블 같은 실내 활용성은 그간 국산차에서 보기 어려운 파격이었다.

수십 년간 ‘아빠차’로 군림해온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를 정조준하며, 국내 시장 진입 가능성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새로운 구조, 새로운 공간

지커 믹스의 핵심은 차체 구조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설계한 데 있다. B필러를 과감히 없애고, 슬라이딩 도어를 양옆으로 통째로 열 수 있도록 해 탑승과 적재가 훨씬 쉬워졌다.

유모차, 카시트, 캠핑 장비 등을 실을 때 체감 차이는 크다. 운전석 도어는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며, 사람이나 장애물이 감지되면 문 열림 범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도 탑재됐다.

실내는 전기차 전용 SEA-M 플랫폼 기반으로 설계돼 바닥이 완전히 평평하며, 휠베이스는 3,008mm로 전장은 짧지만 공간 활용성은 카니발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1열 시트는 270도 회전하고, 2열 시트는 앞뒤 슬라이딩과 각도 조절이 자유롭고, 중앙 콘솔은 테이블로 변형되며, 탈부착 가능한 컵홀더와 발받침, 수납공간도 포함돼 차 안을 거실처럼 활용할 수 있다.

성능도, 가격도 정면 승부

지커 믹스는 성능 면에서도 만만치 않다. 최고출력 310kW(약 421마력)의 전기 모터와 102kWh NCM 배터리를 탑재해, 중국 기준 1회 충전 시 702km를 주행할 수 있다. 국내 기준으로는 약 500km 안팎이 예상된다.

여기에 800V 초급속 충전 시스템을 통해 7분 충전으로 약 100km를 더 달릴 수 있다.

가격은 중국 현지 기준 약 5,445만 원부터 시작하며, 국내 출시 시 관세 및 인증 비용을 고려하면 6천만 원대 초중반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의 인기 트림과 정면으로 겹치는 가격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존의 안정성과 신뢰를 선택할 것인지, 새로운 설계와 전기차 혁신을 받아들일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중국차’ 편견, 넘어설 수 있을까

믹스가 국내 시장에서 직면할 가장 큰 장벽은 ‘중국산’이라는 인식이다. 특히 가족이 함께 타는 패밀리카 시장에선 안전과 신뢰가 핵심이다. B필러가 없는 구조에 대한 불안도 존재하지만, 지커는 고강도 차체와 구조 설계를 통해 충돌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한다.

실제 시승자들 역시 “문이 닫히는 순간 차체가 하나로 고정되는 느낌”이라며 조립 품질과 내구성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지커는 볼보, 로터스 등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한 지리자동차 산하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이미 유럽 시장에서도 빠르게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이제 ‘진짜’ 들어온다

지커의 한국 진출은 더 이상 추측의 영역이 아니다. 이미 ‘지커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 코리아’라는 현지 법인을 설립했고, 국내 상표권 등록도 완료했다.

여기에 중형 SUV 7X 상표도 출원도 완료했으며, 믹스는 국내 도로에서 시험 주행 중인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커의 법인 목적에는 수입 판매뿐 아니라 배터리 소재 개발·제조까지 포함돼 있어, 단순한 수입 브랜드가 아닌 장기 전략을 바탕으로 한 본격 진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 시대, 패밀리카의 기준은 달라지고 있다. 믹스는 단순한 중국차가 아니라, 다음 세대 미니밴의 방향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익숙함을 지킬지, 새로운 판을 선택할지는 이제 소비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