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불안해서 어떻게 타요”…수입차 1위 車라더니, 예상 밖 소식에 ‘발칵’

차량 화재 시 문 못 열어… 안전성 논란
미·중 당국 “즉시 조사 필요”
기계식 도어 도입 추진 중

테슬라의 미래지향적 디자인이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냈다.

지난 9월 8일,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슈베르테에서 테슬라 차량이 나무와 충돌해 화재가 발생, 40대 운전자와 어린이 2명이 숨졌다. 시민들이 구조를 시도했지만 차량 전원이 차단되며 전자식 도어가 작동하지 않아 문을 열 수 없었다.

이 참사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고, 테슬라는 논란이 된 도어 시스템을 전면 재설계하기로 했다.

특히 테슬라는 올해 5월과 7월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월간 판매 1위를 기록한 브랜드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국내에서도 더욱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자식 도어, 생명 위협으로

테슬라는 전동 모터로 작동하는 도어 핸들을 혁신의 상징처럼 내세워 왔다. 버튼을 누르면 창문이 먼저 내려간 뒤 문이 열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차량 전원이 꺼지면 이 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된다. 특히 뒷좌석의 수동 릴리스 장치는 도어 포켓 깊숙한 곳이나 시트 아래, 도어 커버 안쪽에 숨겨져 있어 찾기가 어렵다.

앞좌석에는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는 래치가 있지만, 테슬라는 시스템 보호를 이유로 수동 조작 방식을 의도적으로 복잡하게 설계했다. 외부에는 수동 장치가 아예 없어 구조 인력조차 불이 난 차량에서 탑승자를 구출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됐다.

미국에서도 유사 사례가 이어졌다. 2021년식 모델 Y에서만 문이 열리지 않은 사례가 9건 보고됐고, 보호자가 차량에서 내린 뒤 아이가 갇히는 상황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글로벌 규제 움직임, 테슬라를 흔들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최근 테슬라의 도어 시스템에 대한 공식 조사에 들어갔다. 차량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 문을 열 수 없다는 소비자 제보가 계기가 됐다.

중국은 매립형 도어 핸들을 금지하고 수동식 도어 릴리스를 의무화하는 규정 개정을 검토 중이다. 이 규제가 시행되면 테슬라는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 판매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독일에서는 이번 화재 사고 이후 기계식 문 손잡이 의무화를 촉구하는 청원 운동이 시작됐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안전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테슬라도 더는 기존 방식을 고수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새 설계 추진… 기존 차량 대책은 미지수

테슬라는 최근 도어 디자인 변경 계획을 공식화했다. 프란츠 폰 홀츠하우젠 테슬라 디자인 총괄은 지난 9월 17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전자식과 수동식 버튼을 하나로 통합해 위급 상황에서도 탑승자가 직관적으로 문을 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표는 미국 당국의 조사 발표 직후 나왔다. 안전보다 디자인을 우선시해 온 테슬라가 결국 입장을 바꾼 셈이다.

그러나 현재 운행 중인 수백만 대의 테슬라 차량에 대한 대책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테슬라는 리콜 여부나 개선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NHTSA가 리콜을 요구할 경우, 테슬라는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새 설계가 양산 차량에 언제 적용될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안전 논란이 테슬라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