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맛에 탄다” 비웃더니…故 정주영 회장 뚝심, 39년만에 ‘한국차 신화’ 됐다

‘고장차’ 오명 딛고 3000만 대 판매 돌파
10년 보증 승부수, 소비자 신뢰 되찾았다
전기차·제네시스 앞세워 미국 시장 정조준
현대차 미국 누적 판매량
출처 : 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 진출 39년 6개월 만에 누적 판매 3000만 대 금자탑을 쌓았다.

‘싸구려 차’라는 편견을 딛고 이룬 성과로, 가격 경쟁력을 넘어 품질과 혁신으로 미국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누적 판매 3000만 대를 돌파했다. 1986년 첫 수출 이후 39년 6개월 만의 기록이다.

이 기록에는 판매 기록 그 이상으로, ‘코리안 디스카운트’의 꼬리표를 지우고 주류 브랜드로 올라선 여정이 담겨 있다.

현대차 미국 누적 판매량
출처 : 연합뉴스

도전과 좌절, 그리고 극적인 반전으로 요약되는 현대차의 미국 시장 개척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성공 서사다.

“고장차” 오명 딛고… ‘10년 보증’이 바꾼 운명

시작은 1986년, ‘엑셀’ 모델과 함께였다. 경쟁 모델의 절반에 불과한 가격은 시장에 즉각적인 파장을 일으켰고, 진출 첫해에만 16만 대 이상 팔려나가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가격만으로 얻은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낮은 내구성과 부실한 서비스망은 ‘고장 잦은 값싼 차’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낳았고, 1990년대 말에는 연간 판매량이 10만 대 밑으로 추락하며 존폐의 기로에 섰다.

흐름을 바꾼 것은 역발상에 가까운 승부수였다. 1999년, 현대차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내걸고 업계 최초로 ‘10년·10만 마일 무상보증’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대차 미국 누적 판매량
출처 : 연합뉴스

무모한 베팅이라는 우려 속에서도 소비자들의 인식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품질에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증거”라는 신뢰가 쌓이며 판매량은 극적으로 반등했다. ‘싼 차’라는 이미지를 걷어내고 ‘믿을 수 있는 차’로 거듭나는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신뢰 회복 이후 현대차그룹은 전략을 한층 고도화했다.

“싸고 많은 차”에서 “믿고 사는 차”로… 현대차의 품격 반전

2005년 앨라배마, 2010년 조지아에 생산공장을 잇달아 설립하며 현지화에 속도를 냈고, 최근에는 연 100만 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까지 가동하며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고히 다졌다.

동시에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영입하고 품질 경영에 집중하며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렸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에 대한 선제적 대응 또한 주효했다.

현대차 미국 누적 판매량
출처 : 연합뉴스

지난 7월, 미국 내 친환경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42% 이상 급증하며 성장세를 주도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성공적인 안착은 현대차그룹이 대중차와 고급차 시장을 모두 공략하는 강력한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음을 증명한다.

故 정주영 선대회장의 결단으로 시작된 꿈이 수많은 시행착오와 과감한 전략을 거쳐 3000만 대라는 결실을 보았다. 가격으로 시장의 문을 열고, 품질 보증으로 신뢰를 얻었으며, 끊임없는 혁신으로 브랜드의 격을 높여온 여정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15% 관세는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유연한 현지 생산 확대와 친환경차 라인업을 통해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숫자로 새겨진 기록 뒤에는 좌절에 굴하지 않은 집념과 판을 뒤엎은 전략이 있었다. 이제 현대차는 지난 39년의 성과를 발판 삼아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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