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공군의 차세대 무인 협동전투기(CCA) 프로그램이 추락 사고 약 6주 만에 비행시험을 재개했다. 최근 복귀한 제너럴 아토믹스의 YFQ-42A 시제기는 무게와 무게중심을 잘못 계산한 자동조종장치 오류로 추락한 바 있다.
유인 전투기였다면 원인 규명을 위해 수개월간 개발이 중단되었을 일이다. 하지만 인명 위험이 없는 무인기는 사고 뒤에도 안전 검토와 소프트웨어 수정 절차를 거쳐 비교적 빠르게 하늘로 다시 띄울 수 있는 이점을 갖는다.
이번 사업에서 안두릴사의 YFQ-44A와 경쟁 중인 CCA 기종들은 유인기를 호위하는 일종의 ‘AI 윙맨’이다. 이들은 단독 비행 성능보다 조종사가 탄 전투기와 전술 데이터링크로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따라서 무인기 테스트는 하드웨어보다 복잡한 알고리즘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과정에 가깝다. 자율 비행, 정밀 항법, 임무 판단이 맞물려야 하므로 소스코드의 작은 수치 오류 하나가 기체 완파로 이어진다.

기체가 멀쩡해도 알고리즘이 무게중심을 잘못 판단하면 이륙 즉시 추락하는 것이 무인 무기의 현실이다. 이번 복귀는 무인기 시대의 핵심 경쟁력이 기체 제조 기술이 아닌 소프트웨어 수정 속도에 있음을 보여준다.
실패를 자산으로 만드는 미국식 속도전의 명암
물론 무인기라고 해서 추락 위험을 무제한 감수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활주로 주변에서 추락할 경우 지상 요원의 인명 피해나 고가의 방공 시설, 아군 인프라를 파괴하는 대형 사고로 번질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실전에서 오작동하는 무인기는 아군을 공격하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체를 통제하는 비행 소프트웨어와 고도의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엄격히 분리해 검증한다.
그럼에도 미 공군이 속도전을 벌이는 이유는 중국과의 차세대 공중전 주도권 경쟁 때문이다. 중국이 저가형 드론 벌떼 전술을 고도화하자, 미국은 완벽한 개발 절차보다 빠른 실패와 반복 수정을 통한 진화를 선택했다.

결함을 숨기지 않고 공개하며 곧바로 재시험에 나서는 개발 문화는 무인기 강국의 발판이 된다. 시행착오를 두려워하며 일정을 미루는 것보다, 사고 데이터를 빠르게 흡수해 시스템을 업데이트하는 편이 실전에서 유리하다.
KF-21과 연동할 한국형 유무인 복합체계의 과제
우리나라도 국산 KF-21 전투기와 연동할 한국형 유무인 복합체계(MUM-T)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 공중전에서 무인기가 미끼, 정찰, 전자전 임무를 수행하려면 비행 성능보다 소프트웨어 검증망 구축이 시급하다.
고성능 레이더와 데이터링크를 탑재한 국방 무인기는 취미용 드론과 달리 한 대당 가격이 매우 비싸다. 따라서 무작정 추락을 감수할 수 없기에 가상 시뮬레이션 기반의 하이브리드 검증 기법을 고도화해야 한다.
전술적으로 무인 협동전투기가 성공하면 조종사는 안전한 후방에서 지휘관 역할을 맡고 무인기가 위험 구역에 먼저 진입한다. 이는 아군 조종사의 생존율을 극대화할 뿐 아니라 막대한 조종사 양성 구조와 손실 계산법까지 바꾼다.

하늘을 지배하는 무기는 이제 하드웨어가 아닌, 보이지 않는 무수한 코드와 이를 다루는 속도에서 결정된다. 결국 미래 공중전의 승패는 어떤 미사일을 쏘느냐가 아니라, 오류를 일으킨 알고리즘을 누가 몇 시간 만에 고쳐내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