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식 자랑은 부모에게 자연스러운 기쁨이다. 내 청춘을 다 바쳐 키워낸 자식이 사회에서 제 몫을 해내고 잘 사는 것만큼 뿌듯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 기쁨의 말이 듣는 사람에게는 은연중에 비교로 닿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 인생의 중반을 넘어 관계를 다시 정돈하게 되는 55세 이후의 모임에서는 더욱 그렇다.
자랑은 금방 비교가 된다
55살 이후 모임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말 중 하나가 바로 자식 이야기다.
“우리 애는 이번에 대기업에 들어갔다”, “이번에 보란 듯이 집을 샀다”는 말은 말하는 사람에게는 더없는 기쁨이자 보람이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서글픈 비교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자식 자랑이 위험한 가장 큰 이유는 소중한 관계의 온도를 낮춘다는 데 있다. 대놓고 상처를 주는 악의적인 말이 아닐지라도, 한 사람이 계속 자녀 이야기만 늘어놓으면 대화의 균형이 순식간에 무너진다.
나도 모르게 내 자식의 현실과 친구 자식의 성취를 저울질하게 만들며, 모임 전체의 분위기를 무겁게 침묵으로 빠뜨린다.
자랑보다 안부가 먼저다
자식 이야기를 아예 입 밖에 꺼내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자식의 기쁜 소식은 얼마든지 친구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
다만 대화의 순서를 바꾸어 먼저 상대방의 안부를 따뜻하게 묻고, 내 소식은 짧고 담백하게 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가 흔히 대화 소재로 던지는 결혼, 취업, 손주, 집 장만 같은 주제는 누군가에게는 당장 내세우고 싶은 자랑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풀리지 않는 오래된 걱정거리이자 아픔일 수 있다.
내 자랑이 상대의 아픈 구석을 찌르는 무기가 되지 않도록 늘 대화의 수위를 살피는 배려가 먼저다.
부모의 품격은 말에서 보인다
55살 이후에는 말 한마디가 소중한 관계를 살리기도 하고, 소리 없이 멀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모임에서 자식 자랑을 줄인다고 해서 자녀를 덜 사랑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자식의 성취를 내 입으로 굳이 떠벌리지 않고 묵묵히 삼킬 때, 부모로서의 진짜 품격과 어른스러움이 빛을 발한다.

말을 많이 하는 것을 법으로 강제해 막을 수는 없지만, 나의 말습관 하나가 모임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나에게 기쁨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고 해서, 그 말을 듣는 사람의 마음까지 무조건 가볍고 유쾌해지는 것은 아니다. 진짜 소중한 인연을 오래도록 지키고 싶다면, 화려한 숫자 뒤에 숨은 타인의 마음을 먼저 읽을 줄 알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