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D. 밴스 미 부통령과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이 21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아무런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미국은 15개항을, 이란은 10개항을 들이밀며 팽팽히 맞섰지만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는 22일로 추정되는 2주간의 휴전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전쟁 재개 시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공포가 전 세계를 덮치고 있다.
반세기 묵은 ‘불통’의 평행선
외신에 따르면, 11일부터 이틀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이번 최고위급 회담은 철저한 ‘빈손’으로 끝났다.

밴스 부통령이 “이란이 조건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선을 그은 직후, 이란 측 역시 “미국의 과도한 요구”를 탓하며 책임을 돌렸다.
이번 협상이 결렬된 본질적 이유는 양측이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47년간 고수해 온 구조적 대립과 맞닿아 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국제수역’으로 규정하며 자유 항행을 요구했지만, 이란은 이를 ‘주권적 권리’라며 통제권을 굽히지 않았다.
여기에 미국의 ‘이란 핵 프로그램 완전 포기’ 요구와 이란의 ‘평화적 이용 권리’ 주장이 충돌했고, 레바논 휴전을 연계하려는 이란과 별도 사안으로 분리하려는 이스라엘·미국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국방 전문가들은 이 세 가지 교착점이 단기 휴전 협상으로 풀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전쟁을 시작하는 것보다 끝내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외교가의 격언이 21시간의 헛심 공방으로 증명된 셈이다.
유가 200달러 시나리오와 韓 경제
가장 큰 문제는 2주간의 휴전이 종료된 이후다. 극적인 휴전 연장이나 장기 교착 상태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지만, 협상 결렬로 인해 전면전이 재개될 최악의 경로를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은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고조되고 전쟁이 전면전으로 번질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미 정부 및 월스트리트의 시나리오를 보도한 바 있다.
이는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의미한다.
국내 경제 연구기관들은 유가가 200달러 선을 뚫을 경우, 에너지 수입액 급증으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는 물론이고 석유화학 산업 전반의 채산성이 심각하게 악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미노처럼 밀려올 국내 물가 폭등도 피하기 어렵다.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진 21시간의 ‘노딜’이 한국의 안보와 밥상물가를 동시에 위협하는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