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하게 불을 뿜으며 날아가는 첨단 전투기나 위력적인 미사일은 대중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하지만 실제 흙먼지가 날리고 포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최후의 승패를 가르는 진짜 원동력은 다름 아닌 ‘정비와 보급’이다.
최근 주한미군과 한국 해군이 무기 체계 자체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군수지원 현대화(Sustainment Modernization)에 힘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한미 연합 안보의 내실이 한층 단단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기보다 정비가 전쟁을 버티게 한다”

최근 군사 전문 매체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 8군(Eighth Army) 소속 군수·정비 핵심 인원들이 한국 해군의 정비창 시설을 전격 방문해 양국 간의 군수지원 및 정비 체계 협력 가능성을 심도 있게 점검했다.
미 육군 전력의 핵심인 8군이 한국의 해군 시설을 찾아 정비 협력을 논의한 것은, 군종과 국적을 뛰어넘어 전천후 군수지원망을 통합하려는 실용적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아무리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첨단 무기라도 전장에서 고장 나거나 부품이 떨어지면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최근의 현대전 양상에서도 증명되었듯, 결국 길어지는 소모전과 장기전에서 살아남는 국가는 ‘얼마나 많은 무기를 가졌느냐’가 아니라 ‘망가진 무기를 얼마나 빨리 고쳐서 다시 전선으로 돌려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정비창 현대화로 그리는 ‘군수 동맹’의 큰 그림

이번 미 8군과 한국 해군의 만남은 단순한 시설 견학을 넘어선다.
한미 양국 군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정비창 현대화 역량을 공유하고, 장기적으로는 유사시 부품 조달과 수리 능력을 상호 호환할 수 있는 이른바 ‘군수 동맹’의 토대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국 해군 정비창이 갖춘 정밀 기계 가공 능력과 대형 장비 수리 노하우, 그리고 미군이 보유한 선진적인 데이터 기반 군수 예측 시스템이 결합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장비의 마모 상태를 미리 예측해 부품을 조달하고, 3D 프린팅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단종된 부품을 현장에서 바로 찍어내는 식의 군수 현대화가 한미 연합군의 작전 지속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승리를 준비하다

전문가들은 한미 군 당국이 정비와 군수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두고 “가장 현실적이고 뼈대 있는 전쟁 대비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사일 방어망을 촘촘히 짜고 새로운 전투기를 들여오는 것만큼이나, 총탄이 오가는 위기 상황에서 군대의 동맥인 보급선과 정비 역량을 멈추지 않게 하는 것이 국가 안보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양국 군 수뇌부가 깊이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전쟁의 화려함 이면에 가려진 기름때 묻은 정비창의 혁신이 한반도 유사시 한미 연합군의 생존과 승리를 담보할 가장 강력하고 묵직한 무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