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흔적 완벽히 지운다”…단 5년 만에 ’25조 재무장’ 감행에 동유럽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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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장갑차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루마니아가 유럽연합(EU)의 SAFE 금융수단을 통해 배정받은 166억 유로(약 25조 원) 규모의 저리 대출 패키지는 단순한 금융 지원을 넘어선다.

이 가운데 약 96억 유로가 국방 현대화에 투입되며, 2030년까지 기갑차량, 방공망, 해군 전력을 단계적으로 교체하는 대대적인 재무장 설계도에 가깝다.

루마니아는 흑해를 끼고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나토(NATO) 동부전선의 요충지이다. 서방의 병력과 물자가 통과하는 전략적 허브이기에, 이들의 군 현대화는 나토 전체의 보급 속도를 좌우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번 조달은 과거 소련제 장비를 개조해 쓰던 방식에서 벗어나 나토 규격으로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과정이다. 루마니아는 단순한 무기 소비국을 넘어 유럽 동부의 군수 생산 및 정비 거점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패트리엇 방공망 자료 이미지
패트리엇 방공망 자료 이미지 / 출처 : DVIDS

이들이 대규모 패키지를 한 번에 추진하는 이유는 무기 간의 ‘상호 운용성’ 때문이다. 기갑, 대공포, 함정, 헬기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동되지 않으면 흑해 전장에서 치명적인 빈틈이 생기기 쉽다.

다만 5년간 수많은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기에 예산 집행과 시험평가의 병목 현상이 우려된다. 조달을 서두를수록 다양한 장비 표준을 하나로 통합하는 기술적 역량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가성비와 기술 이전, 흑해 방패의 조건

현대전 흐름에 맞춰 보병전투차(IFV), 대공 체계, 초계함 등을 하나로 융합한다.

이를 통해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차단하고 흑해 해상교통로를 사수하는 입체적인 거부망을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루마니아 장갑차 자료 이미지
루마니아 장갑차 자료 이미지 / 출처 : DVIDS

특히 NSM 대함미사일과 35mm 대공 탄약 도입은 급증한 자폭 드론과 소형 보트에 대응하려는 선택이다. 고가의 장거리 요격탄 대신 가성비 높은 무기로 무차별 포화 공격을 감당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루마니아 정부가 강력한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을 내세우는 점도 핵심이다. 전쟁 장기화 상황에서는 무기의 절대적 성능만큼이나 전시에 얼마나 빠르게 정비하고 부품을 자급할 수 있는지가 생존을 가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은 유럽 방산업체들에게 기회이자 장벽이다. 기술 이전을 꺼리는 일부 서유럽 업체들과 빠른 전력화를 원하는 루마니아 정부 사이에서 협상이 지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K-방산이 장악해야 할 새로운 전장

루마니아의 조달 방식은 한국 방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루마니아 공중강습 훈련 자료 이미지
루마니아 공중강습 훈련 자료 이미지 / 출처 : DVIDS

한국은 이미 폴란드·루마니아 등 동유럽 시장에서 K9 자주포와 천무 계열 사업을 통해 빠른 납기와 현지 협력 역량을 보여준 바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SAFE 구조는 유럽 역내 제품 조달과 공동 생산을 우대하는 경향이 크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진입하려면 단순 완제품 수출을 넘어 현지 정비창 구축, 탄약 공동 생산 같은 유연한 패키지가 필요하다.

특히 차세대 보병전투차(IFV) 사업에서는 한국의 AS21 레드백도 후보였지만, 최근 루마니아는 독일 Rheinmetall의 Lynx KF41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흐름은 유럽 역내 조달과 현지 생산 조건을 뚫지 못하면 성능 좋은 장비도 SAFE 구조 안에서 밀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루마니아의 재무장은 나토 동부전선의 장기 군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를 가르는 산업 경쟁의 서막이다. 한국 방산이 이 흐름에 합류하려면 성능을 넘어 군수, 훈련, 현지 생태계 조성까지 함께 제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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