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5명 중 2명이 겪는 흔한 질환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여기기 쉬워
적절한 치료와 예방법 알아보기

대한이비인후과학회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중 약 38%가 난청을 앓고 있으며, 이는 노인 5명 중 2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청력이 저하되는 현상을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난청에 관한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져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노인성 난청, 증상과 원인
노인성 난청은 나이가 들면서 청각 시스템이 노화되어 발생하는 청력 저하 현상이다. 내이의 달팽이관 세포가 손상되거나 청각 신경의 기능이 약해지면서 소리 정보가 뇌로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

이 질환은 양쪽 귀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며, 낮은 주파수의 소리는 비교적 잘 들리는 반면 높은 주파수의 소리는 구별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소리는 들려도 대화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여성보다 남성이 더 일찍 발병하는 경향이 있다.
초기에는 조용한 환경에서는 거의 불편함이 없지만, 사람들로 붐비는 장소나 배경 소음이 있는 곳에서는 대화를 따라가기 어려워진다. ‘간다’, ‘판다’, ‘한다’, ‘산다’ 같은 비슷한 발음의 단어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난청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난청과 인지능력의 밀접한 관계
컬럼비아대학 의대 연구진의 최신 발표에 따르면, 정상 청력 기준(25데시벨)보다 단 10데시벨만 벗어나도 인지기능 손상이 시작된다고 한다.
중등도 난청 환자는 정상인보다 치매 발병 가능성이 3배, 고도 난청 환자는 무려 5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청력 저하로 인해 뇌가 적절한 자극을 받지 못하면 뇌 기능이 퇴화하고 결국 인지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난청은 사회적 고립과 정서적 문제를 야기한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의 조사에서 사회적 고립 노인 집단은 난청 발생률이 23.9%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노인 집단(8.5%)보다 훨씬 높았다. 난청이 있는 노인들은 사회적 교류가 단절될 위험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2배 이상 크다.
원장원 교수는 “청력 문제가 있는 노인들은 이웃과의 모임에 참석하지 않고, 타인으로부터 관심과 애정을 받는 기회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회적 단절은 인지 기능 저하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노인성 난청의 예방과 치료법
완전한 회복이 어려운 노인성 난청이지만, 증상을 완화하고 진행을 늦출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은 보청기 사용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 난청 인구의 약 절반만이 보청기를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천대 길병원 선우웅상 교수는 “과거 보청기에 대한 부정적 경험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최신 보청기 기술은 크게 발전해 주변 소리를 자연스럽게 처리하고 사용자에게 편안한 청취 환경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보청기는 청력 손실이 심각해지기 전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조기 착용은 언어 인식 능력 유지, 적응 기간 단축, 치매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난청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인공와우 이식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예방 측면에서는 흡연과 음주를 피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며, 지속적인 소음 환경을 최소화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50대 이상이라면 정기적인 청력 검사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