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살다가 서울 갔는데 “아니 이 가격 실화에요?”…’깜짝’ 놀란 이유 보니

서울 원룸 월세, 한 달만에 3만 원 껑충
강남구는 무려 월세 90만 원 돌파
전세사기·대출규제로 월세 수요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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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원룸 월세 / 출처: 뉴스1

“지방에선 50만 원이면 신축 투룸 구하는데, 서울은 원룸도 70만 원이라고요?” 지방에서 취업을 위해 상경한 김 모 씨(27)의 탄식이다.

서울 집값이 높다는 건 알았지만, 실제 발품을 팔아보니 그 현실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서울 원룸 평균 월세가 70만 원을 돌파하며 ‘벚꽃 전쟁’보다 더 치열한 ‘방 구하기 전쟁’이 시작됐다.

서울 원룸 월세 70만 원 돌파, 강남은 9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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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원룸 월세 / 출처: 뉴스1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2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연립∙다세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평균 월세는 70만 원으로 직전 달보다 3만 원(4.6%) 상승했다.

서울 평균 월세도 충격적이지만, 강남구는 이보다 20만 원이나 더 높은 90만 원에 달한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강남구가 서울 평균 대비 129%로 가장 높았다. 서초·성동·용산구(118%), 금천·중랑구(111%), 마포구(105%)가 그 뒤를 이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절반에 가까운 10개 지역의 평균 월세가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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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원룸 월세 / 출처: 연합뉴스

전세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 원룸 평균 전세 보증금은 2억 902만 원으로 전월 대비 367만 원(1.8%) 올랐다.

서초구가 2억 7155만 원으로 서울 평균 대비 130%를 기록해 3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강남구(123%), 용산구(115%), 동작구(108%)도 전세 보증금이 높은 지역으로 꼽혔다.

다방이 발표한 ‘다방여지도’는 올해 3월 서울 지역에서 거래된 전용면적 33㎡ 이하 연립∙다세대 원룸을 대상으로 했다.

전월세 전환율을 반영한 보증금 1000만 원 기준의 평균 월세와 평균 전세 보증금을 산출했으며, 월세는 보증금 1억 원 미만 거래만, 전세는 모든 거래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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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원룸 월세 / 출처: 뉴스1

“전세는 위험해요” 월세 전환 가속화

서울 월세가 급등하는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2022년 이후 발생한 일련의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월세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전세금 2억을 날릴 바에야 월세 비싸도 내는 게 낫죠.” 최근 월세로 계약한 직장인 박 모 씨(31)의 말이다.

전세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월세로 세입자들이 몰리고 있다. 빌라와 같은 비아파트 시장에서 시작된 전세 기피 현상은 이제 서울 아파트 시장까지 확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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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원룸 월세 / 출처: 연합뉴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이 44%에 달했다. 절반에 가까운 계약이 월세로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도 월세 증가의 주요 원인이다. 전세자금대출이 까다로워지면서 목돈을 마련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반전세나 월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전세대출 한도가 임차인의 소득에 따라 더 엄격하게 제한될 예정이어서, 월세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이 지속될 전망이다.

1인 가구 증가, 공급 부족이 ‘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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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원룸 월세 / 출처: 연합뉴스

서울의 신규 주택 공급 부족 현상도 월세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임대주택 매물 자체가 부족해지면서 임대료 전반에 상승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오피스텔, 빌라 등 비아파트 주거 상품의 공급 감소도 월세 상승을 가속화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 김모 교수는 “높은 대출금리로 인해 전세대출 이자와 월세 부담이 비슷해지면서, 세입자들이 굳이 큰 목돈을 마련해 전세를 구하기보다 월세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1~2인 가구의 꾸준한 증가도 월세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다. 혼자 사는 청년들은 목돈이 필요한 전세보다 매달 내는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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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원룸 월세 / 출처: 연합뉴스

특히 대학가와 도심에서는 청년층의 월세 수요가 집중되면서 월세 가격이 더 크게 오르고 있다.

“서울에 직장 잡았다고 좋아했는데, 월급의 절반을 월세로 내야 한다니 현실이 막막해요.” 취업 후 서울 생활을 시작한 신입사원 이 모 씨(25)의 말처럼, 높은 월세는 청년층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전세사기와 전세 불신, 전세대출 규제 강화, 주택 공급 부족, 고금리, 가구 구조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한, 서울 월세 상승세는 당분간 꺾이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청년들에게 주거 문제는 이제 ‘취업’보다 더 큰 난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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