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청의 압류 수장고 문이 처음으로 열렸다. 안방 금고에 빼곡히 쌓인 롤렉스 등 명품 시계 13점부터 시가 3,500만 원 상당의 에르메스 가방, 번쩍이는 황금 두꺼비와 골드바까지.
이곳은 고액 체납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도 호화롭게 불려온 재산의 집결지다.
국세청은 오는 3월 11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이들 압류 물품 총 492점을 온라인 공매에 부친다고 밝혔다. 이번 공개는 단순한 압류품 전시를 넘어, 최근 특별기동반이 적발한 고액·상습 체납 사례의 실체를 국민에게 낱낱이 보여주는 자리다.
압류된 실물자산만 68억 원, 현금 13억 원을 포함해 총 81억 원 규모에 달한다.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으면서 수천만 원짜리 명품을 수집해 온 체납자들의 이중적 삶이 숫자와 현물로 증명된 셈이다.
3월 공매장에 쏟아지는 억대 명품들

1차 공매는 3월 11일 개최되며 총 166점이 출품된다. 에르메스 버킨35는 추정가 800만~2,300만 원에 시작가 650만 원으로 책정됐고, 롤렉스 데이데이트는 시작가 2,000만 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고가 가방과 지갑 35개, 고급 시계 11개, 예술품 9점, 발렌타인 30년산 등 고급 주류 110병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전시는 3월 6일부터 10일까지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진행되며, PC나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온라인 입찰이 가능하다.
2차 공매는 3월 25일 열리며 326점이 추가로 나온다. 리차드밀 등 초고가 시계와 황금 거북이 등 귀금속, 훼손 방지를 위해 외부 전용 수장고에 보관 중인 미술품들이 대거 포함됐다.
세무 당국 관계자는 “판매대금은 전액 국고로 귀속돼 국민을 위한 소중한 재원으로 쓰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치통 속 현금, 안방 금고 속 시계…치밀한 은폐 수법

이번 압류 과정에서 드러난 체납자들의 자산 은폐 수법은 가히 전문가 수준이었다. 법인세를 내지 않은 한 체납자의 집에서는 황금 두꺼비 40돈과 골드바 등 1억 3,000만 원 상당의 귀금속이 발견됐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화장실 세면대 수납장에 숨겨진 김치통이었다. 압류반이 통을 열자 5만 원권 지폐 다발이 쏟아졌고, 이곳에서만 6,000만 원의 현금을 추가로 확보했다.
더 극적인 사례도 있다. 양도소득세를 체납한 또 다른 자산가는 안방 금고에 시가 1억 원 상당의 롤렉스를 포함해 명품 시계 13점과 가방 7점을 겹겹이 숨겨두고 있었다.
징수 직원들과 7시간 동안 대치하던 이 체납자는 결국 현장에서 1억 원을 납부하며 백기를 들었다. 세무 전문가들은 “고액 체납자들이 유동성 높은 명품 시계나 가방을 선호하는 이유는 자금 추적이 어렵고 언제든 현금화가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빼돌리기 전 선제 압류”…당국의 징수 전략 전환

세무 당국은 고액 체납자에 대한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체납이 발생하는 즉시 신속하게 재산을 파악해, 체납자가 자산을 빼돌리기 전 선제적으로 압류하는 작전이다.
실제로 당국은 추적 특별기동반을 출범시켜 전담 수사 체계를 구축했고, 거주지 현장 수색을 통해 은폐 자산을 실시간으로 적발하고 있다.
과거 비공개로 진행하던 압류물품 관리를 유튜브 등 대중 플랫폼에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강력한 대응의 일환이다.
이번 81억 원 규모의 압류품 국고 환수는 ‘세금은 내지 않으면서 명품은 수집한다’는 조세 회피자들의 씁쓸한 이중성을 꼬집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값비싼 물건을 숨겨 보유해 온 행태에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며 “납세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국민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