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 요금이 완전히 사라졌다. 경남 의령군이 27일 ‘경남형 버스 완전공영제’를 도내 최초로 전면 시행하며, 주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빵빵버스’를 출범시켰다.
인구 2만5천명의 작은 농어촌 지역이 교통 복지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이번 정책은 단순한 요금 인하가 아닌, 민간 운수업체의 만성 적자로 버스 노선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서 출발했다.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의령 지역에서 버스는 주민들의 거의 유일한 이동 수단이었다.
경남도는 2023년 2월 의령군을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한 뒤, 3년간 준비 끝에 도비와 군비 총 94억원을 투입해 터미널 건물과 버스, 민간 노선권까지 전면 인수했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출범식에서 “대중교통은 서민 발이자 가장 기본적인 교통 복지”라며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행정이 책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준공영제가 아닌 완전공영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소신을 분명히 한 것이다.
94억원 투자, 경남 최초 ‘빵빵버스’의 탄생
의령군의 완전공영제는 단순히 요금을 없앤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도는 읍내와 오지를 잇는 노선을 확충하고, 교통 벽지 주민들이 원하는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맞춤형 택시 서비스인 ‘브라보 버스’까지 연계해 교통 사각지대를 없앴다.
94억원이라는 초기 투자는 터미널 건물 매입, 버스 차량 구매, 민간업체의 노선권 인수 등에 쓰였으며, 지자체가 운수종사자 고용을 직접 보장하면서 일자리 창출 효과도 거뒀다.
‘요금은 0원, 행복은 빵빵’이란 슬로건 아래 운행을 시작한 빵빵버스는 의령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생활비 절감 효과를 제공한다. 상당한 교통비 부담을 안고 있던 고령 주민들에게는 특히 체감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확산되는 무료 버스, 의령이 선택한 이유

의령군의 시도는 전국 최초는 아니다. 경북 칠곡군이 2014년 6월 전국 최초로 무료운임제를 시행했고, 김천시가 2023년 1월 공식적으로 ‘관내 무료운임제’를 선언했다.
2025년에는 강원 양구군, 충북 진천·음성군, 보은군 등이 잇따라 무료 정책을 도입하며 농어촌 지역의 공영제 바람이 거세졌다.
교통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농어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민간 업체로서는 수익을 낼 수 없는 노선이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생존과 직결된 필수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의령군은 경남 내에서 가장 먼저 이 문제에 정면으로 대응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재정 부담 vs 교통 복지, 지속가능성은?

다만 완전공영제의 최대 과제는 재정 지속 가능성이다. 94억원의 초기 투자 이후 연간 운영비 규모가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고, 인구 2만5천명 규모의 소규모 지자체가 지속적인 적자 보전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경남도 내 다른 군 지역에서도 동반 요구가 나올 경우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지방재정 전문가들은 “공영제 도입이 손실 구조의 단순 공공화로 끝나서는 안 되며, 이용률 제고와 효율적 노선 운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중앙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 확대 논의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령군의 도전은 교통 복지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주민의 이동권을 보장하겠다는 행정의 결단은 분명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 정책이 경남 전역, 나아가 전국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재정 구조의 혁신과 중앙정부의 뒷받침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무료 버스가 일시적 실험이 아닌 지속 가능한 교통 복지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의령군의 향후 3년이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