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 놓고 뚫려버렸다”…25년 믿었던 韓 에너지 안보, 돈벌이에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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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에너지 안보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원유 수급 위기가 현실화된 가운데, 국내 비축기지에 보관 중이던 원유 90만 배럴이 국내에 공급되지 않고 동남아 지역으로 빠져나간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비상 상황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석유 안보 체계의 허점을 정면으로 드러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한국석유공사가 우선구매권을 즉시 행사하지 않아 중동 산유국 기업 A사가 울산 비축기지에 보관 중이던 국제공동비축 원유 약 90만 배럴을 해외로 판매한 사실을 확인하고 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유가 급등이 바꾼 계약 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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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에너지 안보 / 출처 : 연합뉴스

A사는 지난 3월 5일부터 8일 사이 울산 석유 비축기지에 원유 200만 배럴을 입고했다. 당초 국내 S 정유사와 해당 물량의 구매 계약을 논의 중이었다.

그러나 원유가 중동에서 한국으로 운송되는 과정에서 중동 전쟁이 격화하며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이에 A사는 S 정유사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동남아 지역 국가를 상대로 200만 배럴 전량을 넘기는 계약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 9일, A사는 해외 기업과의 판매 계약 체결을 발표했다.

석유공사 ‘대응 지연’이 화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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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에너지 안보 / 출처 : 연합뉴스

사건의 핵심 쟁점은 석유공사의 대응 시점이다. 석유공사는 A사와 S 정유사 간 200만 배럴 계약이 문제없이 진행되는 것으로 판단해 우선구매권을 즉시 행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어차피 국내 정유사를 통해 도입되는 물량이므로 별도로 권리를 행사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A사가 계약 방향을 전환하자, 석유공사는 이상 동향을 파악해 산업부에 보고하고 항의한 뒤 즉각 우선구매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협상을 통해 110만 배럴에 대한 국내 공급권을 확보했지만, 나머지 90만 배럴의 해외 반출은 끝내 막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90만 배럴이 국내 기준 약 7~8시간 소비량에 해당한다고 분석한다.

제도 설계의 허점 드러나

IEA, 전략비축유 4억배럴 긴급 방출키로…역대 최대량(종합2보) | 연합뉴스
대한민국 에너지 안보 /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1999년부터 운영된 국제공동비축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이 제도는 석유공사가 국내 비축 저장시설을 산유국 기업에 임대하고, 비상시 한국이 해당 물량에 대한 우선구매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 전문가들은 유가 급등 상황에서 판매자의 가격 인센티브가 우선구매권이라는 약정을 압도할 수 있다는 제도 설계의 허점이 이번 사건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90만 배럴에 대한 물량 확보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감사 결과 규정 위반 등이 밝혀질 경우 엄중히 문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도입 원유의 60% 이상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산으로 구성된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비슷한 사례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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