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완전 대박이다”소비자들 줄 섰는데…가을철 꽃게에 숨겨진 ‘반전’

10년 만에 찾아온 가을 꽃게 풍년
살 꽉 찬 품질에 가격까지 안정
집 나간 전어도 절반 값에 돌아와

수산시장마다 모처럼 활력이 넘친다. 통통하게 살이 꽉 찬 가을 꽃게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소비자들의 지갑은 부담 없이 열린다.

작년 이맘때 고수온 현상으로 ‘금꽃게’라 불리며 자취를 감췄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다. 10년 만에 찾아온 꽃게 대풍년에, 집 나갔던 가을 전어까지 돌아오면서 올가을 밥상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10년 만의 대풍…바닷속 ‘차가운 손님’의 기적

11일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꽃게 금어기가 풀린 지난 8월 21일부터 약 20일간 전국 위판량은 3,690톤으로 최근 10년 새 최대치를 기록했다. 어획량이 급감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67.2%나 폭증한 수치다.

올해 꽃게가 풍년을 맞은 이유는 서해 바닷속에 찾아온 ‘차가운 손님’ 덕분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서해 저층에 형성된 차가운 물웅덩이(냉수대)가 작년보다 연안 쪽으로 크게 확장된 것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원리는 이렇다. 바닥에 사는 꽃게는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데, 차가운 물이 바닥으로 파고들자 이를 피해 상대적으로 수온이 높은 연안 어장으로 대거 몰려들었다.

그 결과 어민들의 그물에 쉽게 잡히게 된 것이다. 작년에는 이 냉수대의 세력이 약해 꽃게들이 넓게 흩어지면서 어획량이 저조했다. 수협은 어획이 계속되고 있어 올가을 전체 어획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양은 늘었는데 가격은 ‘탄탄’…품질의 역설

어획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가격도 안정을 찾았다. 평균 위판가격은 10kg당 6,430원으로 10년 평균 가격보다 17.7%나 낮아졌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어획량이 적었던 작년과 가격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품질의 역설’이 숨어있다.

경인 지역의 한 어업 관계자는 “금어기 직후에는 보통 살이 덜 찬 ‘물게’가 잡히기 마련인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살이 꽉 찬 최상품 꽃게가 쏟아져 나오면서 수요가 폭발했다”고 전했다.

즉, 품질 좋은 꽃게를 찾는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기록적인 어획량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어민과 소비자 모두가 만족하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집 나간’ 전어도 절반 값에 돌아왔다

풍성해진 것은 꽃게뿐만이 아니다. 가을의 또 다른 별미, 전어 역시 화려하게 귀환했다.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에 따르면 이달 서천산 전어의 평균 낙찰가는 1kg당 1만 4,3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5%나 폭락했다. 어획량이 작년의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난 덕분이다.

수협중앙회는 작년과 같은 극심한 고수온 현상이 없었고, 올해 비가 많이 내리면서 전어가 좋아하는 ‘염도가 낮은 바닷물’이 형성된 것을 풍어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변덕스러운 기후가 어민과 소비자들을 울고 웃게 만들고 있지만, 적어도 올가을만큼은 바다가 우리에게 푸짐한 선물을 안겨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