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가 현실로 “전부 현금으로 내놔라”…천문학적 요구에 대한민국 ‘초위기’

한미 통상 협상, 3,500억 달러 펀드가 최대 뇌관
일본식 현금 모델 요구에 한국 외환위기 우려
“수용 아니면 관세” 압박, 산업 직격탄 현실화

한미 통상 협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긴장이 커지고 있다. 핵심 쟁점은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다.

한국은 융자와 보증을 섞어 조성하겠다는 방안이지만, 미국은 일본과 같은 방식으로 전액 현금을 원한다.

표면적으로는 ‘투자냐 관세냐’의 문제지만, 그 뒤에는 한국 경제의 체력과 통화 구조라는 복잡한 난제가 깔려 있다.

3,500억 달러 현금 요구, 외환시장 뇌관 될 수도

미국은 최근 일본과 5,500억 달러 펀드를 합의했다. 투자 집행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인 2029년 1월까지, 프로젝트 선정권도 미국이 쥔다.

일본은 외환보유액이 1조 달러를 넘는 기축통화국이어서 현금을 동원해도 시장 불안이 없다. 게다가 구조도 대출과 보증 중심으로 설계했다고 강조하며, 백악관이 내세운 “수익의 90%가 미국 몫”이라는 설명과는 차이가 있었다.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외환보유액이 4천억 달러대지만, 미국이 요구하는 금액은 그 80%를 넘는다.

이를 현금으로 조달하려면 외환시장에서 대규모 달러를 끌어와야 하는데, 연간 가능 규모는 200억~300억 달러 수준이다.

급격한 달러 유출은 환율 급등과 외환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기축통화가 없는 한국으로서는 일본과 같은 모델을 따르기 어렵다.

“수용 아니면 관세” 최후통첩, 한국 산업 직격탄 우려

문제는 미국이 이를 알면서도 일본을 사례로 압박한다는 점이다. “협정을 수용하거나 25% 관세를 감수하라”는 미 상무부 장관의 발언은 사실상 최후통첩이다.

이미 합의한 15% 인하가 무산되면 모든 품목에 25% 관세가 적용될 수 있고, 자동차 등 대미 수출 핵심 산업은 큰 타격을 입는다.

정부는 “합리성을 벗어난 협상은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협상 교착이 길어지면 부담은 커진다.

한국이 원하는 것은 융자와 보증을 포함한 ‘패키지형 펀드’와 동시에 환율 불안을 막을 안전장치다. 미국이 일본과 달리 한국에는 통화스와프 같은 방패를 주지 않는 이상, 현금 위주의 자금 조달은 불가능하다.

결국 이번 협상의 본질은 단순한 관세가 아니다.

미국은 자국 제조업과 공급망 재건에 외국 자금을 끌어들이려 하고, 한국은 외환 안정성을 지키며 시장 접근권을 확보해야 한다. 협상 해법을 찾지 못하면 한국은 양쪽 압박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시장 불안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지금은 더 늦기 전에 신중한 판단과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