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에서
곰팡이 발견으로 회수 소동
15억원 상당 제품 전량 회수

“2025년에 한국에서 이런 일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포장된 과자까지 못 믿고 먹으면 도대체 뭘 먹어야 하나”

한 소비자의 분통 섞인 목소리가 전국 부모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아이들이 즐겨 찾는 참붕어빵에서 곰팡이가 발견되면서 식품 안전에 대한 불안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7월 24일 오리온이 참붕어빵 제품 일부에서 곰팡이 발생을 확인했다고 발표하면서, 시중에 유통 중인 15억원 상당의 제품이 전량 회수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회수 규모만 봐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편의점 참붕어빵 6입 한 상자 가격 4천5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회수 대상은 최소 33만 상자에 달한다. 낱개로는 약 200만개가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포장기 결함이 부른 참사

이번 주에만 곰팡이 관련 소비자 제보가 7건 접수되자, 오리온은 즉시 전량 회수를 결정했다. 곰팡이 발생 원인은 일부 포장기의 접합부 불량으로 밝혀졌다.

포장기 접합 부위에 미세한 틈이 생기면서 외부 공기가 완벽히 차단되지 않았고, 최근 고온다습한 기후 조건이 곰팡이 번식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회수 대상은 7월 23일 이전에 생산된 제품이며, 제조 라인이 다른 참붕어빵 슈크림맛은 제외된다. 오리온 관계자는 문제된 라인에서 생산된 제품이 일부에 불과하지만, 제품 포장지에 생산 라인이 표기되지 않아 안전을 위해 전량 회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제품에서 발견된 곰팡이가 자체 분석 결과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보다 정밀한 검증을 위해 외부 기관에 추가 검사를 의뢰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분노와 불안

소비자들의 반응은 분노와 불안이 뒤섞였다. 한 40대 소비자는 이미 제품을 섭취한 후 불안해하며 포장된 과자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어린이들이 많이 찾는 간식이라는 점에서 더욱 걱정스럽다며 오리온의 품질 관리 강화를 요구했다.

온라인에서는 더욱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관련 기사에는 “사 먹은 사람에게 1천배로 배상하라”, “요즘 폭염에 이런 거 먹었다가 큰일 난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특히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는 믿고 사 먹던 제품에 대한 배신감과 함께 대안 간식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통업계도 이번 사태의 여파를 피해갈 수 없게 됐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현장 직원들과 매장 운영자들이 오리온 소비자의 불편을 해결하는 창구 역할을 하게 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인기가 높은 제품이라 현장에서 환불 처리 시 운영 부담도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브랜드 신뢰도 흔들리는 오리온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번이 오리온의 첫 번째 식품 안전 사고가 아니라는 점이다.

작년 1월에는 오리온 카스타드에서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판매 중지와 회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황색포도상구균은 구토와 설사 등의 식중독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균이다.

연이은 식품 안전 사고로 오리온의 품질 관리 시스템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참붕어빵이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해 있는 상황에서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 국내를 넘어 해외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리온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공급 참붕어빵 전체 공정을 점검해 안전성을 검증한 뒤 다음 달 1일부터 제품 생산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생산 과정 관리와 품질 검수 절차에서 부족했음을 반성한다”며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더 엄격하고 철저한 관리를 하겠다”고 사과했다.

해당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구입처나 오리온 고객센터로 연락하면 소비기한 내 제품에 대해 환불받을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이번 자율 회수 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장 조사를 통해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추가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