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만 무려 1300여 곳의 매장이 문을 열면서 MZ세대의 유행을 주도했던 중국 간식 ‘탕후루’ 유행이 끝나간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탕후루 이젠 끝이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되었다.
글쓴이 A씨는 “탕후루 가게를 작년 6월쯤 시작해 재미를 보다가 9개월 만에 유행이 끝나버렸다”고 서두를 뗐다.
이어서 A씨는 “안 그래도 과일 값도 비싸다 보니 요즘 생각이 많아진다. 매장을 내놨는데 나가지도 않고 바닥권리금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 디저트 문화의 특징은 유행이 정말 빠르게 바뀐다는 것이다. 이러한 ‘디저트 열풍’의 초기 주자로는 2013년 크게 유행한 벌집 아이스크림을 꼽을 수 있다.
소프트 아이스크림 위에 벌집 조각을 올려 단맛을 더한 디저트인 벌집 아이스크림은 천연 벌꿀을 사용해 인체에 무해하다는 이유로 인기몰이를 했다.
그러나 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벌집의 일부인 소초 성분이 양초의 주성분인 파라핀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 방송의 영향으로 벌집 아이스크림은 유행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2014년부터는 츄러스가 유행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기원으로 하는 길쭉한 튀김빵인 츄러스는 일명 ‘겉바속촉’ 식감으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츄러스의 인기 또한 1년을 채 채우지 못하고 금세 사그라들었다. SNS의 발달과 함께 대중은 계속해서 새로운 맛, 새로운 자극을 좇게 되었다. 유행은 점점 더 빠르게 만들어지고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대만에서 들어온 ‘대왕 카스테라’가 큰 인기를 끌었다. 부드러운 식감, 달콤한 맛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크기로 인해 너도나도 줄을 서서 빵을 사갈 정도였다.
그러나 대왕 카스테라의 인기도 1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제조 과정에서 업체들이 버터 대신 다량의 식용유를 사용했고, 신선한 달걀이 아닌 액상 달걀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대왕 카스테라가 ‘식용유 카스테라’라는 오명을 쓰며 디저트 시장에서 사라진 후, 한동안은 디저트 유행이 주춤하는 듯했다. 그러다 나타난 것이 탕후루다.
왕가탕후루를 시작으로 황후탕후루, 판다탕후루 등 각종 프랜차이즈 매장이 전국 곳곳에 생겨났다. 유튜브와 SNS 등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탕후루의 인기는 점점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탕후루 유행도 1년을 채우지 못할 조짐이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붕어빵, 호떡 등 겨울 간식에 밀리는 듯하더니 폐업하는 점포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디저트 열풍에 대해 “해외의 다양한 디저트들이 차례로 주목받는 흐름인데, 새로운 맛을 짧게 소비하는 것 이상의 문화적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행하는 디저트가 빠르게 바뀌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쌀이 주식인 나라이기 때문에, ‘식후 입가심’이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다. 밥만 먹더라도 이미 배부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또 “디저트는 맛도 중요하지만 ‘예쁜 비주얼’로 SNS에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먹기도 한다. 즉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뜻의 신조어)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에 매일 똑같은 디저트 사진을 올릴 수는 없으므로 대중은 계속해서 새로운 디저트를 찾게 되고, 이러한 경향이 디저트 하나하나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따스한 봄철이 되면 디저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탕후루 수요도 잠시 늘어날 수 있겠지만,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는 ‘국민 간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