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사업으로 시작한 현대차가 전국에 있는 소방서를 기대감에 부풀게 만들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24일 경기 남양주 수도권119특수구조대에서 열린 기증식에서 “소방관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무인소방로봇 4대를 소방청에 전달했다.
단순 장비 기증을 넘어 자동차 제조사가 보유한 전동화·원격제어·플랫폼 기술을 재난 현장에 투입하며 ‘사람을 보호하는 모빌리티’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로봇은 이미 실전 검증을 마쳤다. 1월 30일 충북 음성 생필품 공장 화재와 2월 23일 밀양 산불 현장에 투입돼 고열과 연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방수 작업을 수행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화재로 부상·순직한 소방공무원이 1802명에 달하는 만큼, 극한 환경을 대신할 무인 장비 도입은 시급한 과제였다.
HR-셰르파 플랫폼에 극한 환경 기술 집약

기증된 무인소방로봇은 현대로템의 전동화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핵심은 극한 내열 성능이다. 자체 분무 시스템이 장비 주변에 미세 물 입자를 분사해 수막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섭씨 500~800도 환경에서도 내부 온도를 50~60도로 유지한다. 전면 방수포는 직사·방사 형태를 선택할 수 있어 화재 유형에 따른 맞춤 대응이 가능하다.
6륜 독립 구동 인휠모터 시스템은 잔해와 장애물이 많은 현장에서 안정적인 주행을 지원한다.
고열 견디는 특수 타이어와 하부 보호 설계가 적용됐으며, 적외선 카메라는 연기 속에서도 발화 지점과 구조 대상자를 식별한다. 무선 통신 기반 원격 제어로 현장 영상을 실시간 전송하며, 운용자는 안전 구역에서 이동 경로와 방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4대 배치 후 100대 전국 확대…성능 개선 병행

기증된 4대 중 2대는 수도권과 영남 119특수구조대에 이미 배치돼 운용 중이다.
나머지 2대는 3월 초 경기 남부와 충남 소방본부에 순차 배치된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성능을 개선해 약 100대 규모로 전국 보급을 추진할 계획이며, 소방청도 재정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 확대를 검토 중이다.
현대차그룹과 소방청은 협력해 장비 경량화, 배터리 지속 시간 개선, 자율 주행 보조 기능 고도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현장 적응도 제고를 위해 지역별 소방관 대상 이론·실습 교육과 운용 매뉴얼 배포도 진행 중이다. 정 회장은 6월 개원 예정인 국립소방병원에 차량과 재활 장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재난 대응뿐 아니라 소방 인력 회복 단계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했다.
모빌리티 정의 확장…”위험 대신하는 기술”로 진화

업계는 이번 무인소방로봇을 모빌리티 산업의 적용 범위 확장 사례로 평가한다.
자율주행·전동화·원격 통신 기술이 재난 대응 영역으로 접목되며 모빌리티의 정의가 ‘이동 수단’에서 ‘위험을 대신 감수하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동화 기반이라 산소 의존도가 낮아 지하 주차장, 터널 등 밀폐 공간 활용성이 높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이번 기증은 재난 대응 체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알리는 출발점”이라며 “민간 기업과 협력해 첨단 과학기술을 현장에 적극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소방 지원은 2023년 회복지원차 10대, 2024년 전기차 화재 진압 장비 ‘EV 드릴 랜스’ 250대 기증에 이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정 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이후 물류 로봇·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확대하며 2028년부터 자사 생산 현장에 휴머노이드 로봇 투입을 검토 중이다. 무인소방로봇은 이러한 AI·로보틱스 융합 기술 축적 과정의 실증 사례이자, 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과 기술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의 결과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