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중국에 다 뺏긴다”…정부의 깜짝 발표에 韓기업 ‘눈물바다’

정부, 2035년 무공해차 35% 보급 추진
업계 “과도한 목표, 중국만 이득” 반발
부품업계 위기 고조…지원책 시급하다

정부가 2035년까지 무공해차 보급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자동차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큰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업계는 “목표가 지나치게 높고 국내 산업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속도 조절 없는 전환은 결과적으로 외국 기업만 이득을 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다.

전기차 틈새 파고든 중국, 국산 버스마저 잠식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맞춰 2035년 등록 차량 중 무공해차 비중을 최대 3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약 2800만 대 중 980만 대가 전기차나 수소차여야 한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업계는 “2035년쯤이면 판매되는 차량의 거의 전부가 무공해차여야 달성 가능하다”며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과도한 목표는 국내 기업의 규제 부담만 키우고 산업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시장 변화도 심상치 않다. 전기차 시장에서 외국산, 특히 중국산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2015년 전체 전기차 판매에서 수입차 비중은 16%에 불과했지만 2024년에는 40%를 넘어섰다.

그중 중국산은 무려 25%에 달한다. 전기버스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량 국산이었지만 지금은 3대 중 1대 이상이 중국산으로 채워지고 있다.

업계는 “국내 기업은 규제에 막혀 숨통이 조이는데 값싼 중국산이 그 틈을 파고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유럽은 속도 조절, 한국만 고강도 드라이브?

부품업계의 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자동차 부품 기업의 95% 이상이 중소·중견업체인데, 친환경차 부품을 생산하는 곳은 20%도 되지 않는다.

이미 적자 기업이 꾸준히 늘고 있고, 내연기관 부품에 의존하는 산업 구조가 급격히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는 “개별 기업의 힘으로는 전환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정부 차원의 세제 지원과 핵심 광물 안정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해외 주요국도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미국은 무공해차 의무판매제를 아예 철폐했고, 유럽연합과 영국도 규제 완화를 논의 중이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면서도 전환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한국 업계는 “국내 역시 현실을 반영한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며 정부에 보다 유연한 접근을 요구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전환의 방향이 아니라 추진 방식이다. 무공해차 확대라는 흐름은 피할 수 없지만, 국내 산업이 버틸 수 있는 속도와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은 외국 기업에 내줄 수밖에 없다. 더 늦기 전에 균형 잡힌 전략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