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12일 호르무즈 해협 진입을 시도하던 초대형 유조선(VLCC) 2척이 이란 라라크 섬 인근에서 급히 뱃머리를 돌렸다.
미국과 이란이 일시 휴전에 합의했지만 평화협상마저 결렬된 직후 벌어진 일이었다. 유조선을 쫓아낸 것은 이란의 함포나 미사일이 아니었다.
전쟁 발발 시 물리적 타격보다 먼저 바닷길을 차단하는 ‘전쟁보험 소멸’이 글로벌 해상 물류의 숨통을 가장 먼저 조이고 있는 셈이다.
미사일보다 먼저 바다를 닫는 ‘종이’
상업 선박의 해협 통행량이 90% 이상 급감한 이면에는 국제 해운계의 독특한 보험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전 세계 원양선박 P&I 책임보험의 약 90%는 12개 주요 P&I 클럽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선주들이 공동으로 기금을 조성해 해상 사고의 배상 책임을 나누는 일종의 거대 공제조합이다.
해운 전문매체에 따르면, 무력 충돌이 가시화된 지 72시간 만에 이 중 다수 클럽이 호르무즈 수역에 대한 전쟁보험 인수에 대해 72시간 취소 통지 또는 제한 조치를 내렸다.
전쟁보험이 제한되거나 불확실해진 선박은 단순히 선사가 위험을 감수하고 운항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 해사 규정과 주요 항만 당국은 환경 오염이나 난파 등에 대비한 보증서가 없는 선박의 항구 접안을 원천적으로 거부하기 때문이다.

총성이 울리기도 전에 서류 한 장의 효력 정지가 해협을 사실상 마비시키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되는 대목이다.
하루 7억 5천만 원, 피 말리는 韓 정유사
바닷길이 닫히면서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은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우회 항로를 찾거나 천문학적인 보험료 할증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겹치면서 선박 용선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 정유사 에쓰오일(S-Oil)은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에서 출발하는 VLCC 용선료로 하루 55만 5,000달러(약 7억 5,000만 원)를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GS칼텍스 역시 하루 44만 달러(약 6억 원)의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며 원유 확보에 나선 상태다.
이는 평시 대비 수배 이상 폭등한 역대 최고 수준으로, 하루 운항이 지연될 때마다 수십억 원의 막대한 자금이 증발하는 상황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해상 물류비 폭등이 결국 국내 정유 제품 가격 상승으로 직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구 반대편의 해운 보험 취소가 한국 밥상물가를 위협하는 구조적 한계가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