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덕에 돈벼락 맞았다”…상상 초월 ‘수천억 잭팟’ 터진 韓 업계

운임 급등·제재 강화에 유조선 발주 늘어
그리스 선주사 러브콜, K-조선 수주 훈풍
친환경 전환 변수…새 가능성은 열려 있다

삼성중공업과 HD현대, 한화오션이 잇따라 원유 운반선을 수주하며 조선업계가 새로운 기회를 잡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값싼 가격을 내세운 중국 조선소들이 유조선 시장을 휩쓸었지만, 최근 분위기는 달라졌다.

운임이 치솟고 기존 선박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면서 신조 발주가 늘었고, 한국이 그 틈을 파고든 것이다.

그리스 선주사 잇단 러브콜…K-조선 다시 주목받다

무엇보다 운임 상승이 크다. 지난달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운임은 한 달 만에 30% 이상 올랐다.

서아프리카에서 미국 걸프만으로 향하는 노선은 40% 가까이 뛰었다. 선주사 수익이 늘자 노후 선박을 교체하거나 새 배 발주에 나설 수밖에 없다.

여기에 러시아산 원유를 실어 나르던 ‘그림자 선단’이 제재 명단에 오르며 공급이 줄었다. 보험 가입과 항만 입항이 막히자 비공식적으로 운항하던 배들이 빠져나간 것이다.

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7개월 연속 증산에 나서고 있다. 원유는 늘고 배는 부족하니 운임은 뛰고, 발주 수요는 자연스럽게 커졌다.

정치적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화석연료 확대를 강조하며 동맹국들에 러시아산 원유를 끊으라고 압박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예고까지 겹치며 국제 원유 흐름은 더 불안정해졌다. 이는 유럽의 제재 강화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유조선 발주를 자극하는 효과를 냈다.

한국 조선소들은 발 빠르게 대응했다. HD현대는 그리스 선주사로부터 수에즈막스급 2척을, 삼성중공업은 뉴쉬핑과 4척 규모의 건조 의향서를 맺었다.

한화오션은 차코스 에너지 내비게이션으로부터 초대형 유조선 1척을 추가 확보했다. 잇단 수주 소식은 품질과 납기, 연비 성능에서 한국 조선소가 여전히 신뢰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틈새 공략 성공한 K-조선, 새로운 가능성에 시선 모인다

다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장기적으로 친환경 연료 전환이 본격화될 경우 유조선 발주는 줄어들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공급 과잉 가능성을 경고하며 운임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수주 흐름이 대규모 발주 붐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한국 조선업계가 LNG선과 컨테이너선에 집중하던 틀을 넘어 유조선에서도 존재감을 키운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당장 시장이 크게 열리진 않더라도, 새로운 가능성의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