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적만이 감도는 칠흑 같은 우주 공간에서 두 기의 민간 위성이 꼬리를 물고 궤도를 바꾸며 숨 막히는 추격전을 시작했다.
미 우주군이 주도한 ‘빅터스 헤이즈(Victus Haze)’ 실증 임무에서 로켓 랩(Rocket Lab)의 퓨마(Puma) 위성이 발사된 지 단 59시간 만에 목표 위성을 추적하고 초근접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우주군이 당초 제시했던 제한 시간보다 무려 25시간이나 앞당긴 기록으로, 두 위성은 앞으로 6개월간 서로 역할을 바꿔가며 불규칙한 근접 기동을 반복할 예정이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이번 랑데부·근접운용(RPO)은 고장 난 위성을 수리하는 평화적 목적부터 상대국 위성을 감시하고 차단하는 군사적 방어 수단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즉각 활용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정해진 각본이 없는 실전 기동과 16시간의 번개 발사

기존의 위성 근접 기동 시험은 목표 위성이 사전에 조율된 궤도로만 움직이고 추격 측이 이 경로를 미리 알고 시작하는 단순한 훈련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번 실증에서는 우주군이 최소한의 안전 가이드라인만 제시한 채, 양 사가 상대 위성의 다음 행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가상의 추격전을 전개했다.
적국의 미확인 위성이 예기치 못한 시점에 갑자기 궤도를 바꾸며 기습적으로 다가오는 실제 우주 전장 상황을 고스란히 재현해 냈다.
도망자 역할을 맡은 트루 아노말리(True Anomaly)의 자칼(Jackal) 위성은 지난 5월 3일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우주 궤도에 먼저 자리를 잡았다.

이어 추격자로 지정된 로켓 랩의 퓨마 위성이 6월 19일 뉴질랜드 마히아 발사장 지상에서 일렉트론(Electron) 로켓을 타고 하늘로 솟구쳤다.
로켓 랩은 우주군으로부터 발사 지령을 접수한 뒤 불과 16시간 42분 만에 위성을 궤도에 올리며 초단기 비상 발사 대응 능력을 완벽하게 증명했다.
두 위성은 광활한 우주에서 자동차처럼 최단 거리로 직진하지 못하고, 미세 추진을 거듭하며 궤도 높낮이와 순환 주기를 정밀하게 다듬어나갔다.
아무리 추격 속도가 빨라도 아까운 추진 연료를 한꺼번에 소모하면 다음 단계의 임무를 이어갈 수 없어, 극도의 미세 연료 통제 능력이 성패를 가른다.
위성 요격을 넘어 우주 감시의 기동형 눈과 귀로

이번 훈련은 위성을 파괴하거나 무력화하는 무기 시험이 아니며, 오직 상대를 식별하고 정밀 촬영한 뒤 신속하게 궤도를 빠져나오는 방어적 목적에 조준선을 맞췄다.
적성 국가의 이상 위성을 발견했을 때 지상 레이더의 데이터 분석에만 매달리지 않고, 즉각 감시 위성을 밀착 가동하여 위협 요소를 입체적으로 규명하는 실익을 안겨준다.
미 우주군은 신속 우주 대응 역량을 전폭적으로 확장하기 위해 오는 2027회계연도에 8,600만 달러를, 2031년까지는 총 3억 달러의 대규모 예산을 투입할 채비를 서둘렀다.
앞으로 6개월간 추격과 회피 역할을 쉼 없이 맞바꾸며 진행될 이번 랑데부 훈련은 충돌 사고를 방지할 정밀한 안전 규범과 위상 제어 기술력을 확고히 다져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