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울루 벤투 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한국의 월드컵 조기 탈락을 두고 특정 인물 한두 명의 책임으로만 치부할 문제가 아니라고 일갈했다.
대표팀은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체코를 2대1로 꺾었으나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각각 0대1로 연이어 무릎을 꿇었다.
최종 성적 1승 2패를 거둔 한국은 확대된 48개국 체제의 12개 조 3위 팀 중 10위에 그치며 끝내 32강 토너먼트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회 최종 순위 34위라는 초라한 성적표가 남겨지자 팬들의 화살은 단판 승부의 실수를 넘어 매번 반복되는 대표팀의 운영 혼란으로 향하고 있다.
흔들린 연속성과 스타 군단이 마주한 한계

화상 인터뷰에 응한 벤투 전 감독은 이번 참사를 대하는 태도로 ‘기본’과 ‘원점에서의 재건’이라는 핵심 화두를 전면에 던졌다.
월드컵이라는 거대한 무대는 감독 선임부터 훈련 원칙, 평가전, 여론 관리에 이르기까지 수년간 쌓아 올린 준비 과정의 총체적인 결과물로 풀이된다.
실제로 벤투 전 감독은 지난 2018년 9월 부임 이후 4년 가까이 일관된 철학을 유지하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반면 이후 한국 축구는 불과 4년 사이에 사령탑이 네 차례나 바뀌는 극심한 흔들림을 겪으며 장기적인 발전 계획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소집 기간이 극히 제한적인 국가대표팀 특성상 사령탑의 명확한 언어와 체계적인 시스템이 장기간 이어져야만 단단한 경기력이 완성된다.
시스템이 매번 요동치는 환경에서는 손흥민과 이강인, 김민재 등 유럽 무대를 누비는 호화 멤버가 포진해도 조직력의 균열을 막기 어렵다.
이번 본선 무대에서도 공격 전개와 교체 타이밍, 세트피스 정밀도 등 전반적인 공수 전술의 엇박자가 고스란히 결과와 맞물렸다.
누군가를 향한 단순한 분노 표출이 생산적인 대안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한국 축구는 실패를 소모하는 악순환에 갇힐 우려가 크다.
인물 교체를 넘어 시스템의 원칙을 세울 시간

대회 탈락 직후 축구계 시선이 홍명보 전 감독과 선수단으로 쏠렸으나, 진짜 시급한 과제는 불투명한 선택이 반복된 내부 구조의 개혁으로 꼽힌다.
성공과 실패를 가를 명확한 사후 평가와 예산 집행 내역의 검증이 부재하다면 인물 한 명의 사퇴만으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루기 어렵다.
유명 선수의 기량에만 의존해 온 대표팀이 왜 매번 흔들렸는지, 향후 어떤 원칙으로 팀을 다시 세울지 협회가 명확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결국 34위라는 성적표를 극복할 유일한 열쇠는 비난의 소비를 멈추고 새로운 사령탑 체제를 공정하게 구축할 시스템의 기준을 확립하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