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 막으려면 매년 갱신해야 하는 번호
영구 사용 끝, 해외직구도 ‘유효기간’ 생긴다
관세청, 불법 통관 차단 위한 첫 제동

해외직구의 ‘편리함’에도 유효기간이 생겼다. 내년부터 해외 물품 구매에 필수인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매년 갱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 변경을 넘어, 개인정보가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정부의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영구사용의 함정…‘편리함’이 부른 명의도용
개인통관고유부호는 주민등록번호의 무분별한 수집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한 번 발급으로 영구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은 그 편리함의 이면에 숨은 치명적인 맹점이었다.
이 영구성이라는 속성은 타인의 명의를 이용하려는 이들에게 악용될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었다.

일단 유출된 부호는 소유주가 인지하기 전까지 얼마든지 타인에 의해 사용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됐다.
문제는 이렇게 도용된 부호가 단순히 명의를 빌리는 수준을 넘어, 각종 불법 행위의 ‘우회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판매업자들이 상업용 물품을 개인 직구 물품처럼 위장해 관세를 회피하는 길이 열릴 수 있었다.
대량의 물품을 여러 개의 도용 부호로 나누어 반입하는 ‘쪼개기’ 수법이 가능해지고, 정식 수입 절차가 까다로운 의약품이나 전자기기 등이 안전성 검증 없이 국내로 유입될 통로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었다.

결국 소비자를 지키기 위한 제도가 역설적으로 불법 행위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내포한 셈이다.
매년 갱신, 자동 해지…편의 대신 안전 택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새 제도는 이러한 구조적 위험에 제동을 건다. 관세청은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첫째, 모든 부호에 1년의 유효기간이 부여된다. 기간이 만료되기 전 갱신하지 않으면 부호는 자동 해지된다. 둘째, 관세청의 직접 개입 권한이 강화된다.
도용 정황 포착 시 즉시 해당 부호 사용을 정지시킬 수 있으며, 이용자 스스로 부호를 해지하는 기능도 추가됐다. 주소나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변경할 경우에도 유효기간이 새로 갱신되어 정보의 정확성을 높였다.

물론 매년 부호를 갱신해야 하는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무분별한 명의도용과 불법 통관이 초래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에 비하면 감수할 만한 불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관세청은 갑작스러운 혼란을 막기 위해 기존 발급자(2026년 이전)에게는 2027년 본인 생일까지 갱신하도록 유예기간을 두었다.
결국 이번 조치는 ‘한 번의 인증으로 누리던 안일한 편리함’의 시대가 끝나고, ‘주기적인 관리로 안전을 확보하는’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매년 요구되는 몇 번의 클릭이 조금은 번거로울지라도, 그 작은 수고가 나와 사회를 지키는 최소한의 방어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