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200 받아도 행복해요”…100만 외국인, 한국으로 ‘우르르’ 몰리는 이유

한국 외국인 노동자 100만 명 돌파
비전문취업자 만족도 가장 높게 나타나
삼성·잡코리아도 외국인 채용·지원 확대

“힘들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일하는 게 좋아요.”

베트남에서 온 D씨는 충남의 한 식품 가공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새벽부터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는 “월급도 꾸준히 받고, 가족에게 돈도 보낼 수 있어 한국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음을 보였다.

최근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1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산업 현장의 판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이 중 비전문취업(E-9) 비자로 체류 중인 외국인은 30만 명을 넘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된 일터에도 “만족”…비전문취업자, 체류 만족도 1위

한편, 비전문취업자 중 약 80%는 제조업과 광업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또 건설업과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대체로 월 200만~300만 원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점은, 이처럼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하면서도 외국인 비전문취업자들의 생활 만족도가 다른 체류자격보다 오히려 더 높았다는 사실이다. 전체 외국인의 평균 만족도가 4.3점인 데 비해, 비전문취업자는 4.4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임금 수준 때문이 아니라, 비교적 안정적인 고용 구조와 일정한 근무 환경, 숙소·식사 등의 복지 제공이 함께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고용허가제 하에서는 사업장이 정해져 있어 이직이나 실직의 불안이 적고, 일부 업체에서는 장기근속자에게 체류 연장이나 숙소 지원 등 혜택을 주는 사례도 있어 생활 기반이 빠르게 안정되는 편이다.

삼성, 글로벌 R&D 인재 확보 ‘속도’…10개 계열사 동시 채용

한편, 대기업들도 외국인 인재 채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은 전문 인재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삼성전자·삼성SDI·삼성디스플레이 등 주요 10개 계열사가 경력직 외국인 연구개발(R&D) 인재를 동시에 모집하고 있다.

삼성의 외국인 대상 국내 근무 경력직 채용은 이번이 네 번째로, 참여 계열사는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채용 조건은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 이상을 보유하고, 학사 졸업 후 2년 이상의 관련 경력이 있으면 유리하다. 석·박사 학위자의 경우 수학 기간도 경력으로 인정된다. 최종 합격자는 국내 직원과 동일한 조건에서 근무하게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국적이나 성별이 아니라 인재와 기술이 핵심”이라고 강조한 만큼, 이번 채용은 삼성의 글로벌 인재 영입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외국인 전용 취업 앱 ‘클릭’ 출시…구직부터 정착까지 한 번에

또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외국인 취업 플랫폼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외국인 대상 서비스 ‘클릭’은 최근 전용 모바일 앱을 출시했다.

이제 외국인 구직자들은 웹사이트를 거치지 않고도, 모바일 앱 하나로 공고 검색부터 AI 맞춤 추천, 인기 키워드 확인, 커뮤니티 기능까지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한편,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4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국내에 상주하는 15세 이상 외국인은 156만 1,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보다 13만 명 증가한 수치다.

외국인 노동력은 이제 한국 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한 인력 보충이 아닌, 기업과 사회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동반자로 보는 인식이 중요해지고 있다. 앞으로 이들이 산업과 사회에 어떻게 녹아들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