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조류인플루엔자
국내 수입 닭고기의 86%가 브라질산
비상 걸린 치킨업계

브라질 양계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서 국내 치킨 시장이 비상에 걸렸다. 브라질 정부는 19일 60일간 닭고기 수출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작년에 수입한 브라질산 닭고기는 15만8천t으로 전체 수입량의 86.1%에 달한다. 국내에서 연간 소비된 닭고기 중 19.7%가 브라질산이다.

치킨업계 비상…재고 상황 점검

국내 치킨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740여개 가맹점을 운영 중인 지코바 치킨은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하는 순살 치킨 메뉴가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지코바 치킨 관계자는 “주말에 수입 중단 소식을 듣고 급하게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추후 대책을 마련해 차질 없이 닭고기 수급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750여개 가맹점의 노랑통닭도 브라질산 닭고기를 주로 사용한다. 노랑통닭 관계자는 “우선 확보해둔 물량을 공급하면서 새로운 수입처를 찾거나 국내산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들은 수입이 중단된 두 달 동안 넉넉히 쓸 정도의 브라질산 닭고기를 갖고 있진 않다고 밝혔다.

일부 메뉴에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하는 맘스터치는 “두 달 동안 사용할 재고를 갖고 있다”면서도 “추후 차질 없이 닭고기를 공급하기 위해 안전재고 확보 등 대책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매출 상위 3사 중 bhc치킨은 순살 메뉴에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하다 지난해 국내산으로 전환했다. BBQ는 야구장 매장에서 일부 제품에만 브라질산을 사용한다. 교촌치킨은 순살 메뉴는 모두 국내산, 윙 메뉴는 태국산을 쓰고 있다.

정부와 업계의 대응책은?

농식품부는 닭고기 수입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브라질산 수입이 중단되자 국내 닭고기 가공·판매 업체와 수급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업계에 따르면 2개월 정도 버틸 수 있는 양의 브라질산 닭고기 재고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그 사이 할당관세를 적용해 제3국에서 수입하는 닭고기 수입량을 늘리거나 종란을 수입해 국내에서 부화시켜 육계를 늘리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태국과 중국을 언급하며 “해당 국가 닭고기에 할당관세를 적용해 더 들여올 수 있는지 현지 수급 상황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64주령 이상 노계의 종란 생산 제한을 없애고 닭고기 계열사의 병아리 입식을 확대하면서 국내 공급을 늘릴 방침이다.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중단에 따라 이날 국내 닭고기 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뛰었다. 하림은 전 거래일 대비 25.2% 상승한 3천800원으로 장을 마쳤으며, 마니커는 30% 올라 상한가를 기록했다.

마니커에프앤지(12.3%), 동우팜투테이블(12.7%)도 급등했다. 향후 브라질 닭고기 수입 중단에 따른 재고 부족이 이어질 경우 가격 인상에 따른 매출 증가 기대감에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2017년 ‘썩은 닭 파동’과 유사한 위기

이번 사태는 2017년 ‘브라질 썩은 닭 파동’과 유사한 위기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브라질 대형 육가공업체들이 유통기한이 지난 닭고기에 금지된 화학약품을 사용하고 유통기한을 위조해 수출한 사실이 드러나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을 일시 중단했다.

2017년 파동 때는 한 달 만에 닭고기 소비자 가격이 8~10% 가량 상승했다. 당시 정부는 브라질산 닭고기에 대한 검역과 검사를 대폭 강화하고, 국내 유통 중인 제품에 대해 수거·정밀 검사를 실시했다.